"트럼프 당선이라니" 패닉…1조3000억 무섭게 빠져나갔다

'트럼프 관세' 공포 … 中 ETF서 뭉칫돈 빠진다

5주 연속 자금 유출
美 대선 이후 10억달러 썰물
中경기부양책 효과에 의구심
월가 잇따라 中주식 비중 축소
내년 MSCI 中지수 하향 조정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관세 압박 전망에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한 주간 조 단위의 자금 유출이 포착됐다.

○FXI에서 10억달러 빠져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중국 라지캡 ETF’(FXI)에서 지난주(11월 11~15일) 9억8400만달러(약 1조37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5주 연속 주간 자금 유출이다. 대선 이후(11월 6~15일) 9억5000만달러가, 최근 한 달(10월 15일~11월 15일) 동안 15억달러가 흘러나갔다.

FXI는 FTSE 중국 5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중국 ETF로 지난 15일 기준 순자산총액(AUM)은 83억달러다. 중국 최대 배달업체 메이퇀(비중 10.18%),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8.36%)와 텐센트(8.33%) 등을 담고 있다.

징둥닷컴,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인터넷 업체에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스 CSI 중국 인터넷 ETF’(KWEB)에서도 지난주 7억1000만달러가 이탈했다. ‘아이셰어즈 MSCI 중국 ETF’(MCHI)에서는 같은 기간 1억5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의심받는 中 경기부양책

중국 ETF의 약세는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 전반에 불안함을 느낀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철폐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모두 중국 수출 기업에 직격타를 입히는 ‘무역장벽’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소비 지출을 효과적으로 증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내각 인사들이 예고한 미국의 추가 관세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심리 약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부양책을 내놨다. 이 덕분에 MSCI 중국 지수는 9월 중순부터 치솟았지만 10월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 반전했다. 18일 MSCI 중국 지수는 64.06에 마감하며 10월 기록한 연고점(10월 7일·76.06) 대비 15.7% 하락했다. 앤디 웨스터 샌디아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중국의 성장 지표나 기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서 단기적인 개선 신호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며 “중국 주식의 단기적인 하락은 관세 공포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도 중국 주식에 대한 전망을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 주식을 비중 축소로 조정했다.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도덕적 해이와 복지 국가로의 전환 우려 탓에 중국 정부가 소비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 부양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골드만삭스는 MSCI 중국 지수의 내년 말 목표치를 기존 84에서 75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관세로 인해 기업 이익 증가율이 둔화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