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도 K콘텐츠가 대세…"구독자 80%, 한국에 푹 빠져"

내년 비영어권 신작 공개…韓, 드라마·영화 등 7개 '최다'

'흥행 보증수표' K콘텐츠에 올인
흑백요리사, 남미·동남아서 돌풍
3분기 순익 작년보다 40% 늘어
한국 작품의 수익창출 효과 입증

내달 26일 '오징어게임2' 공개
테드 서랜도스 CEO "실적 핵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강자 넷플릭스가 내년에 내세울 무기로 K콘텐츠를 낙점했다. 역대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새 시즌을 연이어 공개하고, 영화와 드라마 중심이던 K콘텐츠를 ‘흑백요리사’와 같은 예능으로도 대폭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흥행은 물론 수익의 보증수표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콘텐츠도 연이어 공개

넷플릭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투둠시어터에서 ‘인터내셔널 쇼케이스’를 열고 내년에 공개하는 13개국 39개 비(非)영어 신규 콘텐츠를 발표했다. 이 중 7개 콘텐츠가 한국 영화·드라마·예능이다. 비영어권 국가 중 가장 많다. 이날 기조발표자로 나선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의 80% 이상이 K콘텐츠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지난 3분기 기준 2억8272만 명에 달한다.

이날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규 콘텐츠는 단연 ‘오징어 게임’이었다. 다음달 26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 시즌2 티저 영상이 공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오징어 게임’은 모든 언어 콘텐츠를 통틀어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작”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를 공식화했다. 시즌2로부터 1년 이내에 시즌3까지 공개해 글로벌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을 노리는 새로운 K콘텐츠도 연이어 공개한다. 먼저 영화로는 ‘지옥’ ‘부산행’ 등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계시록’을 비롯해 ‘길복순’의 후속작 ‘사마귀’가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다. 배우 박보검과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폭싹 속았수다’, 배우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인 ‘다 이루어질지니’가 신규 K드라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주목할 부분은 K콘텐츠의 구성이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예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벨라 바하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의 ‘흑백요리사’는 온라인상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동남아시아·미국·프랑스·중남미 시청자를 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첫 공개 직후 80개 넘는 나라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톱10에 오른 ‘피지컬: 100’ 시즌3도 내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K콘텐츠 성공 방정식 적용한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한국 콘텐츠에 ‘올인’하는 이유는 수익 창출 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7일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서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콘텐츠로 영화 ‘무도실무관’과 예능 ‘흑백요리사’를 거론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실적을 이끌 핵심 콘텐츠로 ‘오징어 게임’을 꼽았다.

특히 아·태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 K콘텐츠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 분기 넷플릭스의 아·태 지역 유료 가입자는 228만 명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은 21%로 아마존프라임비디오(20%)에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다만 아마존은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않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자체 투자 및 제작한 K콘텐츠는 아마존과의 핵심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