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오랜 빈칸을 채워줄, 바로 이 소설을 기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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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한국 문학의 오랜 빈칸을 채워줄, 바로 이 소설을 기다려왔다.’ 전춘화의 소설집 <야버즈>를 덮으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전춘화 소설집 (호밀밭, 2023)
2018년에 나는 출판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2016년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뒤로 한국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던 시기였고, 그해 가을에는 정유정 소설가의 북토크가 시내 서점 포일즈(Foyles)에서 열리기도 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작품이, 특히나 여성과 퀴어, 이주민, 난민, 장애 등을 키워드로 한 소설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출판 잡지 <북셀러 (Bookseller)>에서도 ‘다양성 (diversity)’을 주제로 특집을 준비해 문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2023년 기준 15세 이상의 한국 거주 외국인은 143만 명이다. 이제는 거리에서든 식당에서든 일터에서든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마주칠 수 있고, 그들의 자녀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술 연구, 노동,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시점이다.
특히 연변 지역에 다수 거주해온 조선족 동포들의 한국어 문학의 역사는 짧지 않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에 묶인 <두만강 여울 소리>를 비롯해 정체성과 여성 자아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 허련순의 소설, 그리고 최근에는 경계인의 시선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금희의 소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춘화의 소설은 정확히 우리 시대와 청년 세대, 그리고 이민자 여성으로서의 도시 생활자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의미와 재미, 그리고 공감을 모두 잡아낸 작품으로 특별히 기억될 것 같다.

이 외에도 우울과 불면으로 밤마다 전화를 걸어 오는 고교 동창과의 통화에 관한 '낮과 밤', 동네에 유행하는 잠자리 잡이를 둘러싼 대립으로 삶의 원리를 이해해가는 유년의 성장담 '잠자리 잡이', 비주류 민족 출신에 의한 차별적 조건을 유년의 거울로 비추어 되묻는 '우물가의 아이들'이 실렸다.
최지인 문학 편집자•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