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美 증권사 인수…"종합금융 승부"

벨로시티 2000억 중반에

韓보험사 최초 … 지분 75% 확보
美시장서 직접 상품판매 교두보

차남 김동원 사장 "글로벌 확장"
印尼 은행 투자 이후 광폭 행보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회사 최초로 미국 증권사를 인수한다. 올해 5월 보험업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은행 지분 투자에 나선 지 반년 만이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화그룹은 작년부터 해외 은행, 보험사, 증권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화그룹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 동남아 이어 美 진출


한화생명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거래 금액은 2000억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증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은 “이번 인수는 대한민국 리딩 보험사의 역량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마중물이자 장기 성장을 견인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벨로시티는 헤지펀드와 브로커, 투자 플랫폼 등 기관투자가를 주요 고객으로 둔 증권사다. 자산 규모는 약 1조4000억원(10월 말 기준)으로 크지 않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청산·결제 라이선스를 보유한 점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과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상장주식 중개 사업을 확장했다.청산·결제란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의 매매 체결 이후 결제 시점까지 가격이 변해도 정산이 약속대로 이뤄지도록 보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국내에선 이 같은 역할을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라이선스를 딴 증권사들이 맡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미국의 3300여 개 증권사 가운데 청산·결제 라이선스가 있는 곳은 벨로시티를 포함해 80여 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이번 거래를 통해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금융상품을 소싱하고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현지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개인 고객에게도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3세’ 김동원의 승부수


국내 보험사 가운데 한화생명은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국내 생명보험산업이 저출생·고령화로 정체에 직면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해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 취임한 뒤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고 있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한화생명은 동남아시아에서 신흥시장 확보와 고객 확장을 노리고, 미국에선 우수한 투자 기회와 인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4월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에 지분 40%를 투자하며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인도네시아 14위 손해보험사인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했다.

이번 벨로시티증권 인수 절차는 양국 감독당국의 인허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