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父子가 서로 해임한 '김가네'…아들 "잘못 바로 잡는 과정"

김정현 김가네 전 대표 단독 인터뷰

"직원과 점주 보호가 1순위 목표일 뿐
경영권이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 택했다"
김가네 한 매장 전경. 사진=김가네 홈페이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 회사를 놓고 다투는 집안 싸움으로 비춰져 안타깝습니다."

김정현 김가네 전 대표이사(35)는 지난 20일 서울 반포동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회사 내부에서 벌어진 문제를 바로잡고 정상화하는 절차들이 너무 가족 간 분쟁으로만 비쳐지는 면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회사의 이익과 직원·점주를 보호하는 걸 1순위 목표로 삼고 있다"며 "(경영권·지분 등) 개인적인 이익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는 오너의 성비위 사건이 터지면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가네 현 최고경영자(CEO)이자 김 전 대표의 아버지인 김용만 회장(68)이 술에 취한 여성 직원을 강제 추행하고, 만취한 피해자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 시도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피해자에게 지급할 합의금 마련을 위해 회삿돈 수억원을 모 법무법인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여겨지던 사건은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버지 김 회장이 서로 해임 조처를 주고 받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부자간에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모양새로 비치게된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7개월 만인 지난 4월 아들 김 전 대표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하지만 이달 8일 다시 대표로 선임됐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내보냈던 아들을 이번엔 거꾸로 쫓아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련의 사태는 김 회장의 아내이자 김 전 대표의 어머니인 박은희 씨(62)가 성비위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자극적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일로 우리 가족만 타격을 입고 끝난다면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며 "김가네를 믿고 매장을 운영해 온 점주들이 생업에 타격을 입는 상황까지 온 것 같아 그저 묵과하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은 김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그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1992년 서울 대학로에 즉석김밥집으로 문을 연 김가네 초기 매장 모습. 사진=김가네 제공
▷사건을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심경이 복잡할 것 같다.

"사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경영진이라는 입장에선 회장님을 해임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철저히 회사의 이익만을 고려해 내렸다.(김 대표는 아버지 김 회장을 회장님, 어머니 박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회장님은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다. 쉽지 않은 조치들을 취하면서 가족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갈까봐 걱정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회사엔 직원들이 있고 김가네를 선택해준 점주들이 있다. 회사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게 경영진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사안을 이성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김가네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올려 “김 전 대표(아버지 김 회장)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고객 분들, 가맹점주 분들 그리고 임직원들께 걱정과 피해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김 전 대표 개인의 부정행위로 이를 알게 된 경영진은 김 전 대표가 더 이상 회사와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즉각 해임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김 회장은 최근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스스로 대표직에 복귀했다. 부인 박씨를 사내이사직에서 퇴출하고, 김원규 이사(80)를 올리는 등 이사회를 측근으로 채웠다. 이후 아들 김정현 전 대표도 해임했다. 이 같은 절차들은 적법성 여부가 문제가 돼 현재 김 회장의 사내이사 직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갔다.

▷이 모든 조치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 않다. 경영권 때문이라면 오히려 문제를 덮어두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경영권을 물려 받을 수도 있다. 아버지는 평소에 아들인 내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 공공연히 밝혀오기도 했다.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회사 내부에서 확산하는 상황에서 직원인 피해자를 보호해야 했다. 회장님의 사건 이후 행보가 더 큰 사고를 일으켜 회사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번질까봐 우려도 됐다. 문제가 있는 사안은 누가 됐든 자정작용을 통해 해결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나머지 직원들도 믿고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서울 대학로에 김가네 1호점 모습. 사진=김가네 제공
▷어머니가 남편 김 회장을 직접 고발했다.

"부모님의 개인사에 대한 얘기는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숨기겠다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 편에 서기가 대단히 어렵다. 심정적으로 부모님 둘 중 어느 한 분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굳이 설명을 해야 한다면 사장님(어머니)도 여자다. 부부 간 관계, 또 회사 내에서의 관계 등이 뒤섞인 상황에서 많이 괴로워했다.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헌신해 준 직원에 대한 애정도 컸다.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사장님의 건강도 쇠약해졌지만 피해자 보호에만은 많은 신경을 썼다.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고 치료를 지원하고 회사 내에서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각종 방안을 제시한 게 사장님이다.”

▷이혼 소송 등의 목적이 지분을 두고 다투는 게 아니라는 거냐.

"이혼소송에 어떤 목적이 있겠느냐. 김가네는 가족 중심으로 경영이 이루어지던 회사다. 개인사로 회사가 시끄러워지면 좋을 게 없다. 가족들 누구도 회사에 애정을 가지지 않은 이가 없다. 김가네라는 호칭 때문에 회장님 혼자 운영을 주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김가네의 '김'은 김밥의 김이자 한국의 가장 대중적 성씨인 김에서 따 명칭을 붙인 거다. 사장님은 김가네 초창기부터 프랜차이즈 운영까지 모든 걸 주도한 사람이다. 사장님이 매장을 창업하고 회장님이 합류한 구조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김밥집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느라 바빴다. 지금은 비록 지분 1% 미만의 소수 주주로 전락했지만… 어머니가 김밥집에 매진하면서 난 대부분 이모들 손에 컸다. 그만큼 가족들이 평생을 바친 회사다. 사장님이 한 개인으로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겠나."

비상장사인 김가네는 지분 99%를 김 회장이 들고 있다. 다만 재산 분할 과정에서 지분율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이혼을 인정하면 지분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박씨가 1992년 서울 대학로에 즉석김밥집 김가네를 열고 현재까지 30년 동안 전국적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1992년 김가네 창업 당시 사업자등록증. 어머니 박씨의 명의로 발급됐다.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김가네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해임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거다' 말하기가 주제 넘는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다.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회사 내에서 직원으로서 일하던 시절에 가졌던 생각을 대신 얘기하겠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고객들 공감을 얻지 못하면 브랜드도 생존하기 힘들다. 특히 김밥은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객층이다. 회사 운영이 더더욱 민주적이고 투명해야 일반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 부조리나 낡은 구조를 혁신하고 선진화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올바른 기업 문화 그 자체가 최고의 브랜드 홍보 수단이 되는 세상이다. 김가네와 관련한 나의 모든 행보는 이 같은 관점에서 정한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김정현 전 대표는…
△미시간주립대 호스피텔리티 비즈니스학과 졸업 △콜롬비아대 엔터프라이즈 리스크 매니지먼트 석사 △2019~2020년 외국계 컨설팅펌 재직 △2020년 김가네 입사 △2024년 김가네 대표이사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