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4일 이상 쉬어라"…금감원, 씁쓸한 '프리미엄 휴가'

야근 폭증으로 사기 떨어지자
연말 '프리미엄 홀리데이' 운영
"다음달 연차 4일 사용하라"
한경DB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대거 '연말 휴가'를 떠난다. 예산 부족으로 야근 수당이 고갈되면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연차 소진을 적극 권유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지만, 뒷맛이 씁쓸하다는 말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직원들에게 연말까지 연차를 적극 사용하라는 공지를 내려보냈다. 다음 달 19일부터 31일까지를 ‘프리미엄 홀리데이 기간’으로 설정하고, 4일 이상 연차를 내라고 권유했다.이번 지침은 이복현 원장 지시로 내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업무량이 폭증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시간 외 근로수당 지급 예산이 고갈됐다는 점도 휴가를 권유한 이유 중 하나다. 금감원 직원들은 야근 대가로 수당과 대체휴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수당 지급은 예산 부족으로 지난 9월부터 막힌 상황이다. 대체휴가는 꺼리는 직원들이 많다. 사용하지 않고 3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일단 반기고 있다. 한 금감원 선임조사역은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연말 휴가를 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했다.뒷맛이 씁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는 올해 8월 기준 시간 외 근무는 누적 21만9787시간으로 작년 대비 월평균 15%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연봉은 제자리걸음이다. 작년 금감원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2019년 대비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직원들은 수당 대신 휴가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직원들의 퇴직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의원 면직자(자발적 퇴사자)만 45명에 달했다. 한 금감원 조사역은 “업무가 과중한데 다른 금융사에 비해 연봉은 낮아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부서별로 2개 그룹으로 나눠 휴가 일정을 작성 중이다. 금감원 인사 담당자는 “연말 감독·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