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아니라 흉기네"…운전자 '경악' 무슨 일 있었길래?

불법자동차 적발 연간 2만여대
올해 최대치 경신 전망
적재장치·전조등 변경 사고 위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얼굴에 손전등을 들이민 것처럼 눈이 부셔 서 속도를 줄였습니다." 직장인 박용수 씨(48)는 지난 주말 나들이를 다녀오던 중 반대 차도에서 가까이 다가온 불법 전조등을 장착한 차량 때문에 당황해 사고를 낼 뻔 했다.

밤에 굉음을 내며 질주하거나 강한 불빛으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불법 개조 차량 적발 건수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의 적재함 보조장치를 개조하는 등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불법 튜닝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도로 안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안전 기준을 위반했거나 불법 튜닝으로 적발된 차량은 1만8439대로, 이같은 추세라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적발 건수는 2020년 1만86대, 2021년 1만1700대, 2022년 1만8757대, 2023년 2만2727대로 매년 늘고 있다.

적발 건수가 꾸준이 늘어난 건 2021년부터 국민신문고 앱으로 불법튜닝 차량을 신고할 수 있게 돼서다. 과거엔 경찰관이나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단속원이나 등을 통한 대인 단속만 가능했다.

자동차 튜닝은 △자동차관리법상 승인이 필요한 튜닝 △승인없이 가능한 튜닝(경미한 튜닝) △승인이 불가능한 불법 튜닝으로 구분된다. 승인이 필요한 튜닝은 교통안전공단에 방문해 승인을 받은 뒤, 정비업체에서 작업을 완료하고 검사소에서 추가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경미한 튜닝의 경우에도 반드시 성능과 품질에 관한 인증을 받은 튜닝용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승인받지 않거나 미인증 부품을 사용하면 모두 불법이다.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 및 불법튜닝 사례./사진=서울시
자동차 불법 개조는 도로교통 안전에 큰 위협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불법튜닝 중 '물품적재장치 임의변경'이 5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137건에서 올해 10월 기준 2605건으로 폭증했다. 화물차 운전자 안모 씨(60)는 "물건을 더 많이 싣기 위해 적재함을 추가 설치하거나 난간을 덧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대부분 운전자들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전했다.

화물차나 트럭에 적재물을 기준보다 많이 실으면 차량 전복 위험이 커지고, 낙하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에서 수거한 낙하물은 연간 3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도로에서 적재물로 인한 사고를 당했을 때 숨질 확률은 28.5%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두 배에 이른다.

불법 전조등(HID) 변경도 문제다. 올해 10월까지 차량 등화장치 임의변경 적발 건수는 764건으로 2019년에 비해 310% 증가했다. 이른바 '눈뽕' 현상을 일으키는 강한 빛은 반대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야간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문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구매대행 제품과 미인증 튜닝부품이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자동차 전조등 램프 2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3개가 관련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저가 중국산 부품으로 차를 직접 개조하다가 문제가 생겨 정비소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개조 차량이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불법 튜닝은 강력히 단속하되 허용 가능한 범위의 튜닝에 대해서는 인증부품의 사용이 확산돼야 한다"며 "국토교통부의 튜닝부품 인증제도를 활성화해 차주들이 믿고 쓸 수 있는 부품이 더 많이 유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