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에이태큼스 주고받은 러·우…전쟁 격화

"러시아, 우크라로 ICBM 발사"

순항미사일 7발도 함께 쏴
우크라는 英스톰섀도 발사
키이우 美대사관 일시폐쇄
<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화염 휩싸인 우크라 >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 일대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크루즈 미사일 등 일곱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소방관들이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는 건물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00일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의 본토를 향해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차례로 주고받으며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으로 이틀 연속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고,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 러시아군이 ICBM 한 발, Kh-101 순항미사일 일곱 발 등을 중동부 도시 드니프로의 주요 기업 및 인프라를 겨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이번 공격에 어떤 종류의 ICBM을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전쟁 중에 사용한 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길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ICBM의 사거리가 이론상 9900㎞로, 발사 장소인 아스트라한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ICBM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모두 장착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발사한 ICBM에 핵탄두는 탑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지사는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지역 내 산업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두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ICBM 발사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군에 연락하라”고 말했다.

이번 소식은 전날 러시아가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SNS를 중심으로 유포된 가운데 전해졌다.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전날 러시아가 ICBM RS-26 루베즈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도 “대규모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받았다”며 대사관을 일시 폐쇄하고, 자국민에게 공습경보 발령 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 시설에서 전술 탄두의 위치 변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19일부터 이틀에 걸쳐 미국의 에이태큼스, 영국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를 잇달아 발사한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 점령지 주변 러시아군 목표물을 겨냥해 스톰섀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스톰섀도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미국에 이어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톰섀도는 전투기에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작전반경은 250㎞에 달한다.

김세민/이현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