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배낭 속 초콜릿이 한가득…열어보니 마약이었다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유통책 무더기 검거
사진 = 서울경찰청 제공
해외 3개국을 통해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온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의 운반·유통·판매책들이 무더기 검거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를 받는 나이지리아 조직 해외 총책 A(57)씨와 운반책, 판매책 등 12명을 입건한 뒤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마약 매수 및 투약 혐의를 받는 6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다만 이들 12명 가운데 총책 A씨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했으며 지난 9월 경찰청이 주최한 '국제 마약수사 콘퍼런스'에서 나이지리아 측 관계자에게 검거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일당은 작년 12월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 4월 및 10월엔 각각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일당이 들여온 필로폰의 양은 총 8㎏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2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시가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 6.15㎏을 외국인 운반책으로부터 압수했다. 나머지 필로폰 약 2㎏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인지하기 이전에 이미 국내에 유통됐다. A씨 일당은 통관을 피하고자 교묘하게 마약을 은닉해 국내로 밀반입했다. 먼저 멕시코에선 시중에 판매중인 초콜릿 포장지에 필로폰을 감싸는 수법을 썼고, 캐나다에선 진공 포장한 필로폰을 배낭의 등판 부분을 뜯어내 만든 공간에 은닉했다. 배낭을 담은 캐리어에 커피 가루까지 뿌렸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마약 탐지견이 냄새를 맡을 가능성까지 미리 내다보고 대비한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한국에서 대출이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포섭한 60~70대 고령의 외국인들을 운반책, 일명 '지게꾼'으로 활용해 마약류를 운반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추후 경찰에 검거된 운반책들은 복권당첨금을 받거나 유엔(UN) 후원금 관련 계약 등을 위해 입국했고, 자신들이 마약을 운반했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마약 밀반입 배후에 총책 A씨가 있다는 사실과, 국내·외 마약상 등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까지 포착했다. A씨는 앞서 한국에서 7년간 거주하다 대마 판매 혐의로 추방당한 전적을 가진 인물로, 나이지리아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범행을 수차례 반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