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만 공장 폐쇄 선언한 폭스바겐…노조 "다음달 초 파업 준비"

21일(현지시간) 시위 중인 폭스바겐 노조(사진=AFP연합뉴스)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발표 이후 폭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다음 달 초 파업을 준비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 노사는 이날 볼프스부르크 본사에서 3차 단체교섭을 했으나 결렬됐다. 산별노조 IG메탈(금속산업노조)의 수석 협상가 토르스텐 그뢰거는 이날 6시간 이상 이어진 노사협상을 마친 뒤 “우리는 12월 초 이후 파업을 제안하겠다”며 “필요에 따라 독일에서 수십년간 보지 못한 노동쟁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바겐 파업은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폭스바겐은 당초 2026년까지 100억유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억∼50억 유로 더 높여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공장 세 곳을 폐쇄하고 수만개의 일자리 감축, 근로자 임금 10% 삭감 등 강도 높은 계획이다. 독일 매체들은 폐쇄되는 공장 규모에 따라 독일 직원 12만명 가운데 최대 3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 계획은) 노동위원회와 노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며 “폭스바겐의 위기는 독일 산업과 수출 지향 비즈니스 모델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교섭에 앞서 유럽 판매 감소, 중국 시장 점유율 축소 등 현재 시장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비용 절감의 초점이 인건비에만 맞춰져 있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폭스바겐 경영진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제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170억 유로에 달하는 절감액의 유일한 초점이 인건비에만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시위 중인 폭스바겐 노조(사진=EPA연합뉴스)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직원 임금을 10%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폭스바겐이 경영진의 보너스를 줄이고 배당금을 축소하며 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하는 데에 동의하면 향후 15억 유로의 임금 인상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측은 “이번 협상이 노동자들의 제안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FT는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파업하더라도 일시적인 경고성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노조 측이 회사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며 다음 교섭 날짜를 12월 9일로 잡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1일부터 볼프스부르크, 잘츠기터, 카셀, 엠덴, 하노버, 브라운슈바이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서 파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이엘라 카발로는 “크리스마스 전에 구조조정에 대해 합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중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위기에 빠졌다. 같은날 메르세데스-벤츠도 “앞으로 몇 년간 수십억 유로를 절감해야 한다”며 긴축경영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인력 감축 가능성은 배제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