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준다는데 이직 해야죠"…직원들 잡으려면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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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설문' 1순위 사유는 "낮은 연봉""직원 10명 중 6명은 이직 희망, 이유는 연봉 때문". 노조가 있는 기업이라면 연말연초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보를 사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임금 교섭 직전이나 노사 상견례 시점을 고려해 현 임금 수준에 불만이 높다는 사내 여론을 강조하는 전략적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CT 등 채용 기대 업종으로 이직 희망
'잦은 이직' 기업엔 부정적 영향 부담
"공정한 평가·보상 시스템 만들어야"
노조의 침소봉대만은 아니다. 국내 직장인 중 상당수는 현 직장에서 주는 연봉에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 25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를 종합하면 이직 사유 1순위로는 항상 '낮은 연봉'이 꼽힌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와 한국능률협회가 직장인 1241명을 조사했다.이 중 이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는 436명, 이들 가운데 369명은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69명에게 '이직을 원하는 이유'를 따로 묻자 32.2%(복수응답)는 "연봉이 낮아서"라고 답했다. '회사의 비전이 없어서'는 17.1%, 불투명한 커리어와 직장 동료 스트레스는 각각 12.5%, 8.7%에 그쳤다. 리멤버는 이를 놓고 "이직을 원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라고 요약했다.
같은 이유로 이들 중 78.5%는 '대기업 이직'을 원했다.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겠단 응답은 통틀어 10.9%뿐이었다. 이들은 이직을 위해서라면 회사 명성이나 직장 동료, 잦은 외근·출장은 포기할 수 있는 대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적절한 연봉과 성과급'을 꼽았다.
이직경험자 중 실제 이직 후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자 368명에게 이유를 묻자 37.2%는 '인상된 월급'을 꼽았다. '만족스러운 복지제도'는 18.8%로 뒤를 이었다. 젊은 직장인일수록 이직 욕구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0~40대 정규직 근로자 1500명을 조사한 결과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직계획자는 69.5%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83.2%, 30대는 72.6%가 이직계획자로 조사됐다. 40대는 58.2%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도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돈 문제가 꼽혔다. 이직계획자들 중 61.5%는 '금전 보상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이직을 원했다. 이직계획자 61.1%가 '연봉·복지 등 보상이 높은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한다고 답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워라밸이 좋은 기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응답이 29.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직을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은 결국 연봉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내년에 이직을 한다면 직장인들은 어느 업종으로 향할까. 잡코리아가 직장인 641명을 조사한 결과 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로 이직을 희망했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16.7%는 '내년 채용이 활발할 것 같은 분야로 이직을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42.1%는 해당 분야로 이직을 원하지만 '아직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대이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직이 너무나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직이 잦아지면 그만큼 업무 공백도 연이어 발생하는 데다 사내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그간 해당 직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투자를 한 경우라면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된다. 장기적으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직 사유가 돈 때문이라면 공정한 보상 시스템으로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직장인들에게 이직은 단순한 불만족 해소 수단이라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과 근조로건, 그리고 개인의 성장 기회를 추구하는 적극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직의 가장 큰 동기가 금전적 보상과 연관된 것으로 조사된 만큼 기업은 우수 인재 이탈 방지를 위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 공정한 평가·보상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