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익 해빗팩토리 대표 "보험업계 성장 위해 AI 적극 도입해야"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우리 보험업계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해빗팩토리는 고객 맞춤 보험 분석 및 추천 플랫폼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이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1월 설립된 해빗팩토리 미국 법인에서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Loaning.ai(로닝.에이아이)'를 열고 주택담보대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보험업계가 높은 해지율, 고액 보험료, 높은 민원율, 디지털화 부진, 낮은 신뢰도 등으로 지적을 받고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 데이터, AI를 통해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또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의 규제가 여전하다"며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할 때 자본금 규모 축소 같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강조했다.

아래는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Q1.해빗팩토리는 어떤 기업인가요?

▲ 해빗팩토리는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마이데이터 기반 핀테크 기업입니다. 해빗팩토리라는 사명은 이용자들 스스로가 좋은 금융 습관(Habit)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짓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고객들이 보험 상품을 정확히 알고 동일한 보험을 가장 낮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기존 미국 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보 비대칭이 큰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기술, AI를 활용해 고객의 금융 비용을 줄이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Q2. 해빗팩토리의 보험 관리앱 '시그널플래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시그널플래너는 카카오톡 상담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금융 상품을 분석, 비교해 주는 플랫폼입니다. 고객이 현재 가입한 보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규 보험 가입 니즈가 있을 때는 30여 개 이상의 보험회사의 상품을 5초 만에 빠르게 분석해 고객이 객관적으로 비교 후 가입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이러한 서비스에 힘입어 앱 고객 만족도는 4.8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고객과 보험 판매자 사이의 이해 상충을 없애기 위해 수수료 기반의 위촉직 설계사 대신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 중입니다. 설계사들이 객관적인 보장 분석뿐만 아니라 실제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보험에 대해서 뭐가 부족하거나 과한지 알려주고,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Q3. 해빗팩토리 창업 배경은 무엇인가요?



▲ 기술과 데이터로 고객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회사를 만든다면 정보비대칭과 자본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해빗팩토리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저는 지난 2012년 메리츠화재에서 IT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 산업 혁신 및 내부 프로세스 DT(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 컨버전스 사업 발굴 작업을 하면서 보험업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보험 회사와 판매자의 이익만 우선시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비자들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 걸 보면서 시장을 혁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도전하게 됐습니다.

Q4. 공동대표 체제인데 두 분이 만난 계기가 무엇인가요?



▲ 과거 LG유플러스에서 LTE 시대를 맞이해 컨버전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유저스토리랩 창업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이 만날 수 있다면 충분히 규모 있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상호간의 신뢰가 쌓였습니다. 이력과 강점이 다르지만 추구하는 지향점이 같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함께 정한 목표도 확실했습니다. '보험 상품 선택 전 과정 혁신',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이었습니다. 목표를 이루고자 기존 업계의 관행이던 위촉직 설계사 고용도 수수료, 인센티브 등에 취약하지 않은 정규직으로 바꿨습니다.

Q5.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창업 초기에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사업 모델 탐색과 완성도 높은 서비스 개발, 고객에게 알리는 마케팅 활동 수행, 모든 과정이 지속적인 도전이었습니다. 데이터 기반 사업을 운영하면서 법적 규제에 따른 여러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하고, 데이터 기반 금융 상품을 판매·중개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보험업법 등 다양한 금융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률 간 상호 충돌이 발생하거나,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관례상 요구되는 절차나 기준이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금융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할 때 금융업 관련 법규로 인한 제약도 있습니다. 우수한 서비스를 개발하더라도 위탁업무나 부수업무 관련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와의 협업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Q6. 현재 해빗팩토리 실적 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 올해 누적 매출은 214억 원으로, 이미 2023년 전체 실적 127억 원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향후 연간 약 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00% 이상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7. 해빗팩토리가 현재 추진 중인 과제는 무엇인가요?



▲ 해빗팩토리는 데이터 기술과 AI를 활용해 현재 업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업계 평균 대비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를 20~30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쉽게 말해, 약 200명의 설계사가 동종 업계에서 4,000명이 창출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빗팩토리는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와 AI 금융 플랫폼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보유한 데이터 및 업무 전문성에 AI 기술을 접목해 최적화된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그중 하나로, 고객과 상담 시 실시간으로 대화의 감정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해, 상담 프로세스를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그널플래너 세일즈 어시스턴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8. 미국에서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요?

▲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Loaning.ai(로닝에이아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설립 및 3월 서비스 출시 후 현재 캘리포니아, 조지아, 텍사스 중에서 렌더(Lender)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지에서 주요 렌더사로 꼽히는 웰스파고, 로켓모기지 등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 대비 0.5% 이상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와 동일하게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내부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업무 처리 또한 기존 시장에서 평균 30일 소요되는 대출 업무를 7일 이내로 줄여서 처리하게 됐습니다. 지난 10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은 1,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Q9. 미국 현지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사업을 국내에서도 론칭할 계획이 있나요?

▲ 두 가지 이슈로 인해 한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첫째, 핀테크 회사가 주택담보대출전문 은행업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세컨더리마켓이 잘 발달돼 있어서 기술 기반 렌더의 사업 영위가 가능해 4,500개의 은행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주요 은행에서 사실상 모든 업무를 다 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둘째, 해빗팩토리가 대출 비교 서비스 허가를 받았음에도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출 중개 수수료가 평균 0.2%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10. 보험 핀테크 회사가 바라본 현재 한국보험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240조 원 규모의 국내 보험시장에서 보험설계사들이 정규직이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가입자를 모집할 때마다 판매 수수료처럼 수당을 받습니다. 보험설계사들이 가져가는 수당에 교통비, 식비, 가입자에게 주는 선물비 등이 모두 들어갑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가입자에게 필요한 보험보다는, 본인이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비싼 보험을 권하는게 현실입니다. 보험사들도 돈을 벌기 위해 보험설계사들의 이런 행동을 판매왕 제도 등으로 장려하는데, 이러한 기조가 국내 보험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11. 핀테크와 보험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현재 인슈어테크, 보험업계는 고객, 상품, 채널 중 매출이 직접 발생하는 채널 중심의 전략과 설계사 수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의 부담은 증가하고, 보험을 통한 위험 분산과 경제적 손실 방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합니다.

현재 다양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높은 해지율, 고액 보험료, 높은 민원율, 디지털화 부진, 낮은 신뢰도 등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데이터, AI를 통해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텍스트 중심 상품 구조를 데이터 중심 상품 구조로 바꾸면서 상품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설계사들이 쉽고 편리하게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판매 구조도 디지털화를 해야 할 것 입니다. 편리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보험에 대한 고객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Q12.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여전히 강합니다.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은 첫째, 마이데이터와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 같은 혁신 금융 서비스가 원래 의도한 취지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업계의 이해관계로 인해 서비스 실행이 지연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이 더 많은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걸 우선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할 때 자본금 요건 완화 같은 규제 문턱을 낮춰주거나,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관련 규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해줬으면 합니다.셋째, 이제는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나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패스트트랙이나 법적 지원을 통해 한국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박찬휘기자 pch8477@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