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치약은 원래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본능 스위치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 지음
정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240쪽|1만8000원
치약이 나왔을 때 처음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무 맛이 없어서 치약을 묻혀 닦아도 물만 적신 칫솔로 닦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입안 가득 시원한 향이 퍼지는 민트 맛 치약이 처음 나왔다. 민트 맛은 세정력과 관계가 없지만, 시원한 향은 사람들에게 치아가 더 깨끗해진 느낌을 줬다. 이는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습관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한 광고대행사가 쓴 <본능 스위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장점을 극적으로 느끼게 하고, 자꾸만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히트 상품의 비결을 파헤친다. 책은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히트 상품의 요소를 이른바 ‘본능 스위치’라고 부른다.맥주잔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하이볼잔은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다. 1970년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저조한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이볼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원래 하이볼잔은 날씬한 유리잔이었지만, 산토리는 맥주 대신 하이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맥주잔과 유사한 하이볼 전용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외친 뒤 꿀꺽꿀꺽 마시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숨겨진 요소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소비자의 본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존의 브랜드·마케팅 책과 차별화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