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 '북적북적'…권리금 2억에도 못 들어와서 난리 난 동네

뚝섬·용산 '북적' 대학가는 '썰렁'
권리금은 2억 차이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서울 상가 임대료 0.43%↑
연무장길 등 인기 상권은 북적
"MZ세대·관광객 선호 영향"

이대·신촌 등 대학 상가 찬바람
"주류·의류 매출 내기 어려워"
< 관광객 붐비는 명동 > 지난 17일 서울 명동 일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 기대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임형택 기자
22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정문 앞. 강의가 끝나고 나온 학생으로 거리가 가득 찼지만 점심시간에도 음식점 곳곳은 빈자리로 남아 있었다. 옷 가게 등은 불이 꺼진 곳이 많았다. 반면 인근 용산역 용리단길은 평일에도 카페와 브런치 가게를 찾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지난 3분기 상가 임대료가 상승한 서울 내에서도 주요 상권과 기존 상권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대학가 등 전통 상권은 경기 침체와 매출 감소로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상권은 권리금이 2억원까지 치솟는 등 서울 주요 상권의 희비가 엇갈린다.

○MZ·관광객, 상권 이끌어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상가(통합) 임대료는 0.43%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부산이 유일하게 플러스 변동률을 보였다.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뛴 상권은 뚝섬(4.29%)으로 조사됐다. 성수동 연무장길 등 일대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며 유동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팝업스토어가 자주 열리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임대료는 3.17% 상승했다.용산역 일대도 임대료가 2.75%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2030세대가 자주 찾는 용리단길이 포함된 상권이다. 용산역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017년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인근에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들어선 뒤로 상권이 삼각지역까지 뻗어나가고 있다”며 “대로변 등 좋은 자리에 있는 상가는 권리금 2억원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한강로동 한 상가의 2층(전용면적 168㎡) 월 임대료는 1300만원이다. 3.3㎡당 25만원 수준인 셈이다. 용리단길 내 B공인 관계자는 “용산 삼각맨션 일대는 재개발이 추진 중인데도 상가가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중구 명동(0.99%)과 마포구 홍대·합정(0.61%)은 상권 임대료가 소폭 회복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어난 게 상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가는 여전히 침체

< 한산한 건대입구 > 지난 21일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 상점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상가 건물 곳곳엔 임대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한명현 기자
전통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가 주변은 상황이 반대다. 신촌·이대(-1.20%), 건국대(-0.12%), 숙명여대(-0.30%) 등 주요 대학가 상권 임대료가 3분기 모두 하락했다. 서울대입구역과 경희대 상권은 임대료가 각각 0.13%, 0.09%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와 소비문화 변화로 대학가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빌라(연립·다세대) 원룸 월세가 오른 점도 주요 소비자인 학생의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숙대 인근 C공인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적어도 5000만원 받던 권리금이 지금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를 지나고 원룸 월세가 10만~15만원 오르며 학생들 소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대 정문 근처에 있는 상가 전용 15㎡는 월 임차료 180만원(보증금 3000만원)에 나왔는데 이달 월 150만원(보증금 2000만원)으로 내려 매물을 등록했다.

대학가 상권 임대료가 떨어진 데는 공실보다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리금이 없어 공실은 비교적 빠르게 차는 편이지만 적은 매출로 임차인 유출입이 잦기 때문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학가는 소비자와 주류·의류 등 업종 특성이 명확한 편”이라며 “높은 임차료를 감당할 만큼 매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