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법 개정 우려하는 경제계에 "국정농단 세력" 겁박한 野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1일 삼성, 현대자동차 등 16개 국내 주요 기업 사장단이 내놓은 긴급성명이 논리나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지적하면 될 텐데 민주당의 반론은 억지와 겁박으로 가득 찼다. 기업들이 어찌되든 무조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대목에선 아연실색하게 된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은 당내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단 소액주주 보호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F 간사를 맡은 김남근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주주를 보호해선 안 된다는 재계의 주장은 상당히 부당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건 20년 이상 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고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이라며 이를 부정한 사장단의 성명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들어가면 이사는 무제한적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외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것으로 걱정한다.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이런 문제점은 놔두고 논점과 동떨어진 얘기에만 열을 올렸다. 그는 사장단을 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2016년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다른 덴 몰라도 한경협은 끼지 말라”고 질타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긴급성명을 내놓은 경제계의 절박함은 외면하고 국정농단 운운하며 성명 발표의 실무 역할을 한 한경협을 겁박한 것이다. 전형적 망신 주기로 기업들의 입을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면서 오 의원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귀를 열어놓겠지만 묵묵히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의견을 제대로 들어 법 개정에 반영하기보단 그냥 흘려듣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개토론을 하자고 하니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직접 토론에 참여해 찬반 입장을 듣고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하나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 공개토론이 통과의례가 될 것이란 예상이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