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중국 견제…美 진출 韓 배터리에 기회"

박태성 배터리산업協 부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 폐지를 추진하면서 한국 배터리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얘기하기보다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사진)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국 견제, 법인세 완화 등 정책을 고려할 때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엔 기회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거쳐 지난해 배터리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된 통상 전문가다. 박 부회장은 “트럼프 1기 정부를 돌아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해 또 다른 것을 얻어내는 협상가”라며 “위협 요인에 과민 반응하면 내주지 말아야 할 것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 부회장은 배터리 기업들이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대처하며 ‘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 시장 논리로 돌아가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배터리를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기술 혁신이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시장 내 막강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 논리가 더 강조되면 기술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사 입장에선 진입장벽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가 실현되면 한국 기업의 이익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했다. 박 부회장은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 정책의 적용 대상이 된다면 혜택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인한 간접 피해보다 클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중국과의 경쟁인데,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견제 기조까지 고려하면 나쁠 게 없다”고 평가했다.

박 부회장은 배터리 보조금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에 대해서는 “폐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AMPC 관련 투자 프로젝트의 80%가 러스트벨트 등 공화당 우위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어 공화당 내 반대도 크다”며 “아슬아슬하게 의회 과반인 현 상황에선 법안 폐기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