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제대로 터졌다…관객 혼 쏙 빼놓은 지코의 10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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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23~24일 서울 올림픽홀 공연가수 지코(ZICO)가 10년 활동을 총망라한 콘서트로 최고의 희열을 선사했다. 짜릿한 밴드 사운드, 거침없는 랩으로 표현한 히트곡 퍼레이드에 관객들의 혼이 쏙 빠진 150분이었다.
6년 만 단독 콘서트 개최
'새삥'으로 시작해 '스팟!'·'아무노래'까지
다채로운 장르·풍성한 세트리스트
"오늘 이 장면 잊지 않겠다" 소감
지코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지코 라이브 : 조인 더 퍼레이드(ZICO LIVE : JOIN THE PARADE)'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2018년 '킹 오브 더 정글(King Of the Jungle)' 이후 6년 만에 여는 이번 콘서트는 솔로 데뷔 10주년을 아우르는 세트리스트를 예고해 팬들의 기대가 컸다. 지코는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음악색으로 음원 및 페스티벌 강자 등의 수식어를 꿰차며 10년째 솔로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코는 2014년 솔로 데뷔곡 '터프 쿠키(Tough Cookie)'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11개, 미니 앨범 4장, 정규 앨범 1장을 선보였고, 올해 역시 제니와 호흡한 '스팟!(SPOT!)'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날 고막을 때리는 힘 있는 밴드 사운드가 터져 나오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지코는 '조인 더 퍼레이드'라는 공연 타이틀에 걸맞게 '카퍼레이드'가 떠오르는 대형 이동차를 타고 돌출 무대까지 전진해 눈길을 끌었다. '새삥'으로 포문을 연 그는 '괴짜', '서울 드리프트(SEOUL DRIFT)', '보이즈 앤 걸스(Boys And Girls)'까지 잇달아 부르며 장내 열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강렬한 밴드 연주에 날카롭게 꽂히는 랩, 특유의 흥겨운 무드까지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지코의 자유분방함이 한껏 느껴졌다.열정적인 오프닝 무대 후 지코는 "단콘(단독 콘서트)이라는 장소는 행사와는 다른 것 같다. 단콘에서의 여러분들이 너무 그리웠다. '조인 더 퍼레이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었는데, 내겐 큰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내 이름을 걸고 6년 만에 개최하는 콘서트다. 그래서 더 뜻깊고 소중한 자리이지 않나 싶다. 또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저의 10년간의 음악적 행보를 퍼레이드화해서 섹션별로 여러분께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올림픽홀을 세상에서 가장 핫한 구역으로 만들 겁니다. 전 여러분들을 신나게 할 의무가 있어요."
당차게 밝힌 포부와 함께 본격적인 '지코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한 다채로운 구성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걘 아니야', '너는 나 나는 너', '웬수'까지 감성적인 곡을 감미롭게 소화한 데 이어 '남겨짐에 대해', '사람'까지 부르자 진하고 묵직한 감정이 공연장에 내려앉았다.지코는 "10년간의 음악적 변화와 행보를 담아내는 게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인지 몰랐다. 미디어에 비친 전 날 서고, 반항적이고, 재간둥이, 개구쟁이 이미지인데 사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런 곡을 좋아하고 또 그런 걸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고 말해 박수받았다.
한 차례 더 분위기 반전이 이뤄졌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지코의 힙합 바이브를 한껏 느껴볼 수 있었다. '극', '안티(ANTI)', '날', '레드 선(Red Sun)'까지 딥한 랩을 속사포로 뱉어내는 지코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대 위 솟아오르는 화염보다 더 뜨겁게 펄펄 끓는 감정을 쏟아낸 지코였다. '거북선', '말해 예스 오어 노(Yes Or No)'를 부를 땐 장내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관객들은 지코와 함께 펄쩍펄쩍 뛰며 우렁찬 떼창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도파민의 총량이 있다면 콘서트는 맥시멈(최대치)인 거 같다"는 지코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무대의 연속이었다.게스트도 활약했다. '스팟!' 무대에는 블랙핑크 제니가 깜짝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코가 혼자 제니 파트까지 소화하던 중 돌연 음악이 끊기고 제니가 깜짝 등장한 것. 제니와 지코는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흥겨운 안무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지코는 "아까 깜짝 놀랐다. 진짜 제니가 나왔다"면서 "인이어에서 '음악 꺼라'라는 목소리가 나와서 뭐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블락비나 보이넥스트도어가 나오나 싶었다. 여기서 끊기면 정말 큰일 나는데 싶었다. 근데 갑자기 제니가 나타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마마(MAMA)'에서도 안 한 무대를 단독 콘서트에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절친' 도경수도 무대에 올랐다. '말해 예스 오어 노' 무대가 끝난 뒤 등장한 도경수는 "지금 내가 나오는 게 맞나 모르겠다. 이렇게 다 뛰어노시는데 나와서 말도 안 되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마스(Mars)', '괜찮아도 괜찮아', '별 떨어진다', '팝콘'까지 무려 4곡을 감미롭게 불렀다.콘서트가 끝을 향해 갈수록 지코와 관객들은 더 강력한 기운을 뿜어냈다. '유레카', '아티스트(Artist)' 무대를 할 때는 우레와 같은 떼창이 터졌고, '오키도키(Okey Dokey)'는 무대 위아래가 하나가 되어 곡을 온몸으로 즐겼다. 지코는 "오늘 이 장면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벅찬 소감을 전하며 마지막 곡으로 '아무노래'를 불렀다.앙코르로는 DJ의 랜덤 선곡에 맞춰 즉석으로 가창하는 특별한 무대에 이어 데뷔곡 '터프 쿠키'를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