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운용, 영풍에 주주제안…"자사주 모두 소각해야"

MBK와 맺은 풋옵션 계약 공개 요구
29일까지 답변 요청
고려아연이 입주해 있는 영풍그룹 사옥. 사진=영풍
머스트자산운용(머스트운용)은 영풍에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보유중인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고, 무상증자 또는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주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MBK파트너스와 맺은 고려아연 지분 매각 옵션 관련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머스트운용은 25일 '영풍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풍이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6.62%의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머스트운용은 자사 헤지펀드를 통해 영풍 지분을 2%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회사는 영풍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청산가치 대비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머스트운용은 "영풍의 시가총액 약 7110억원인데, 실질 순자산 가치 5조원의 약 0.14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시총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중 무형자산이 커 예외적인 이마트(0.16배), 현대제철(0.15배)와 함께 제일 낮은 수치"라고 했다.

이어 "영풍의 주요 자산은 고려아연 지분 약 3조5000억원, 빌딩 등 투자 부동산 약 1조원으로, 순자산의 90%가 고려아연 지분과 서울 중심부의 빌딩으로 구성돼 자산의 질이 좋다"면서도 "이런 이례적인 최하위 평가는 영풍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주주정책에 대한 자본시장의 큰 실망감이 원인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머스트운용은 먼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 소각, 무상증자 혹은 액면분할을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머스트운용은 "강성두 영풍 사장은 올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정책을 비판하며 '소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영풍이 보유한 자사주를 보면 이는 모순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이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영풍이 유통 주식이 많지 않고 거래량이 적어 소액주주에 불편함이 있다며, 1000%의 무상증자 또는 1대10의 액면분할을 주주 배려 정책으로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머스트운용은 고려아연 지분 풋옵션, 투자 부동산 자산 재평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혹은 예정 공시를 할 것을 영풍에 요구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장형진 영풍 고문과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매각을 MBK에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머스트운용은 해당 요구사항을 비공개 레터(서신)와 미팅을 통해 영풍 측에 전달했으나 실질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머스트운용은 영풍 측에 오는 29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을 요청했다.머스트운용 측은 "공개적인 요청에 대한 답변이 실질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지 않는 형식적인 답변인 경우, 영풍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