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물에 뜨자…감격한 오세훈 시장 '울먹'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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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남 사천서 '안전 기원 진수식'25일 오후 1시 경남 사천 초전리 사천제2산업단지 내 해안가. 거대한 크레인이 조선소 도크에 놓여있던 배 한 척을 천천히 끌어올리자 행사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도끼로 진수선을 끊었고 배가 서서히 내려가더니 마침내 물 위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한강버스는 이렇게 첫 위용을 드러냈다.
이날 사천에선 내년 3월부터 운항하는 한강버스 2척의 진수식이 열렸다. 진수식은 새로 만든 선박을 선대나 도크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기 전 무사운항을 기원하는 행사다.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처럼 배가 처음 진수해서 바다에 나갈 때 옛 선원들과 항해사들은 이런 의식을 치르곤 했다. 진수선을 여성이 자르는 전통에 따라 68년 서울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인 최 의장이 진수선을 절단했다.
감격한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작 ’한강버스'가 진수(進水)했다. 오 시장이 작년 3월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리버버스를 탄 이후 서울 한강에도 비슷한 교통수단을 띄우자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지 약 1년 8개 월만이다.오 시장은 2006년 첫 임기 때부터 한강을 교통 수로화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수상콜택시(승선 인원 8명)가 출범했지만 당시로선 비싼 가격(인당 5000원)에다 불편한 한강 접근성 탓에 이용률은 극히 저조했다.그러나 오 시장은 2021년 시장직에 복귀하자마자 수상콜택시를 업그레이드한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작년 3월 영국 런던을 방문해 주요 도심 지역을 잇는 템스강 리버버스를 타본 뒤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꿈에 그리던 실물을 본 오 시장은 감격해 축사를 하던 도중 잠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시장의 역점 사업인 만큼 야당 의원 측의 공격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탓일까. 오 시장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직원들이 가장 박수 받아 마땅하고 제가 너무 고생시킨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서울 동쪽과 서쪽을 한강 물길을 따라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이날 공개된 두 척은 내년부터 도입되는 8척 중 시공사 은성중공업이 제작한 1·2호 가람과 누리호다. 배는 해상 시험 및 시운전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검증을 거친 뒤 12월 말 서울 한강에 도착한다. 이르면 내년 3월말~4월부터 운항을 시작한다. 한강 수상교통 시대가 열리면 포화한 도로와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옥철’을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출퇴근을 시민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게 오 시장이 꿈꾸는 미래다.오 시장은 한강버스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운항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출퇴근 풍속이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강버스는 한강에 단순히 배 몇 척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베이글을 먹고 여유롭게 한강 경치를 감상하며 출퇴근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하나 더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무난', 노트북 쓰기엔 다소 불편
진수식이 끝난 뒤 기자단은 500m가량 이동해 시공사 은성중공업 공장 안에 정박된 두 번째 선박 안을 살펴봤다. 휠체어 전용 4석, 인력을 위한 좌석을 제외하고 총 190개의 의자가 설치돼 있었다. 선수 쪽(16석)에선 한강의 야경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파노라마형 통창으로 설계했다. 선박 선수와 선미 부분에 자전거 거치대 총 8개가 조성돼 있다. 다만 오 시장이 말한 것처럼 한강버스 안에서 업무를 보기엔 다소 불편했다. 앞 좌석에 붙은 받침대는 13인치짜리 노트북을 간신히 놓을 수 있는 크기였다. 노트북 화면을 90도 이상 뒤로 젖히기엔 한계가 있었다. 식음료를 즐기는 카페테리아는 바 형태로 설계했으나 서너명이 간신히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선박 외관은 두 선체를 나란히 붙인 쌍동선 형태다. 시공사 은성중공업 관계자는 "한강에서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도 항주파 영향은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은 연료와 전기 모두 사용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추진체를 탑재했다. 배터리 시스템 내부의 가스 센서를 설치해 화재 징후를 미리 감지할 수 있도록 했고, 배터리 과충전 방지 △배터리셀 연쇄 폭발 방지 △열폭주시 가스 분사 소화 △유사시 배터리 함체 침수 등의 배터리 화재 발생 방지를 위한 4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날 진수식에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단 한명의 의원도 오지 않았다. 한강버스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서울시가 발주한 한강버스는 아직 다 건조되지 않았다"며 "이번 진수식은 총체적 부실과 졸속 추진 논란에도 한강버스 사업의 묻지마 추진을 선언하는 독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서울시는 당초 은성중공업에 한강버스 8척을 다 건조하도록 계약을 했으나, 은성중공업이 8척을 기한 내에 건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나머지 6척은 현재 가덕중공업이 건조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공개한 2척의 경우 육상에서의 작업은 이미 완료했고, 나머지 선박 6척과 예비선박 등의 추가 선박 4척도 정상적으로 건조해 순차적으로 한강에 인도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