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양조위와 왕페이 인연도 '차찬텡'서 시작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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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지중배의 삶의 마리아주-맛있는 음악얼마 전 내가 진행하는 <오늘도 서초동>이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게스트로 초대된 손일훈 작곡가를 소개하며 그가 작곡한 <메디테이션(Meditation) II>이 세기말의 감성이 있어서, 마치 영화 중경삼림의 느낌 같은 감성에 매료되어서 내가 가끔 듣는다고 이야기했다.
식사하며 소통하기 위해 시작된 곳,
차찬텡(茶餐廳)
[손일훈 (Il Hoon Son) - Meditation II]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의 가사처럼 회색의 하늘이었고 어느 추운 겨울날 보게 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 봄이 찾아오기 전의 잿빛의 무거운 겨울날이었지만 이 영화가 그날의 하늘 모습과 공기의 냄새를 평생 기억하게 해주었다.
[The Mama's And The Papa's - California Dreamin]
캘리포니아 드림을 꿈꾸는 왕페이와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양조위가 만나는 매개체인 차찬텡도 초기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과 한족들이 서로 식사하며 소통하기 위해 시작된 장소였다고 한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며 변화가 생겼지만, 혼돈의 그 시절 그들은 서로 다른 음식을 공유하며 서로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려 하지 않았을까?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지나가던 손님을 사랑방에서 맞이하고 그 집의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손님의 지나온 이야기를 먼저 들으며 스쳐 지나가는 인연 또한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양반네의 가부장적 바깥양반의 공간이 아닌 사랑방 고유의 역할인 만남과 소통의 역할 때문에 나는 ‘사랑방’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시대, 바쁘게 살아오며 놓치며 살아온 듯 하여 나는 요즘 나만의 사랑방을 만들려 노력한다. 일로써 만나는 식사 자리도 나의 사랑방 삼아 마음을 다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려 한다. 리허설 때도, 연주 때도 음악을 음식 삼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려 한다.
"한 번 만난 인연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지휘자 지중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