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작가] 늘어진 쇠사슬·빛 잃은 조명…그의 예술엔 쓸쓸함이 묻어난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마틴 보이스
'파도의 무게'.
스코틀랜드의 ‘국민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마틴 보이스(57)는 보잘것없는 잡동사니로 우아한 예술 작품을 창조해내는 설치미술가다. 그는 쓰레기통, 네온사인, 철근 등을 조합해 만든 미니멀리즘 조각과 가구 등으로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 중 하나인 터너상을 2011년 받았다. 평론가들은 그에게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로 서정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연출해냈다”는 찬사를 보냈다.

서울 이태원동 갤러리 에바프레젠후버에서 열리고 있는 보이스 개인전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천장에 설치된 모빌(움직이는 조각) 작품인 ‘파도의 무게’에서 보이스는 쇠사슬과 쇠막대 등 간단한 재료들을 통해 달이 뜬 밤 수양버들 가지가 늘어져 있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보이스는 “작품이 계속 불안정하게 흔들리도록 만들어 꿈과 기억이 주는 애잔한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하다.
작가 사진.
‘죽은 별’(노란 벽 램프)도 마찬가지로 애수의 감정을 전하는 작품이다. 빛을 잃은 조명을 통해 수명을 다해 빛을 잃은 죽은 별을 표현했다. 이처럼 평범한 물건들로 깊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평소에 보는 물건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게 보이스 작품의 특징이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죽은 별'.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