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먼 전 USTR 부대표 "행정명령으론 한계…트럼프, 보편관세 입법화 시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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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공약했던 보편관세를 행정명령 대신 의회를 통해 정식 입법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관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만을 겨냥해서 관세를 적용할 경우 멕시코 등을 통해 우회해서 들어오는 물건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편관세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무역법이나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조항 등을 활용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갖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의회 통과를 통한 정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먼 전 대표보는 "관세를 결정할 권한은 원래 의회에 있기 때문에, 의회를 우회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할 경우 수많은 소송에 시달리게 되고 대통령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논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회와 대통령이 일종의 패키지 딜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관세 인상과 법인세·소득세 인하, 보복관세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는 농민들을 위한 지원책 등을 한꺼번에 묶어서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보편관세를 행정부만의 의제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공동 의제로 전환할 수 있고, (차기 정부에서) 더 뒤집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의원들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패키지 딜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중국의 보복 때문에 약 250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재정지출을 늘리는 보조금 지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규제 완화나 세금 혜택 등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FTA가 수정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일관된 테마 중 하나는 '영원한 것은 없다'였다"면서 "세계는 변하고, 기존의 약속도 필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새 행정부가 중국이나 멕시코 등을 먼저 다루느라 한국과의 협상은 후순위로 두지 않겠느냐는 견해에 대해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고, 한국과의 무역 비중도 높다"며 "차기 정부가 이 분야에 집중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지난 FTA 재협상에서 도입된 철강·알루미늄 수출 할당제가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먼 전 대표보는 "협정이 수정될 순 있겠지만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수입하는 쪽이 아니라 더 적게 수입하는 쪽으로 수정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법)에 대해서는 "IRA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고, 칩스법은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더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법을 해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해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최근 USTR에서 은퇴한 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그는 한미FTA 협상 등의 경험을 담은 '워킹 아웃(Walking Out)'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대외적으로 강경한 무역정책, 고관세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을 지향하던 세계가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계기에 대해 금융위기를 꼽았다. "금융위기 전에도 자유무역 기조에 따라 관세율을 0%까지 낮추는 기조에 대해 불편해 하는 시각이 있었고, 금융위기 후 티파티라는 무소속 단체와 진보주의자들이 관세 도입에 일치된 시각을 보이면서 현재의 무역정책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관세와 더 많은 장벽을 세우는 데는 동의하지만, 앞으로 어떤 무역 규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중국은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과 관련이 없는 결정도 많았다"면서 "대선 전에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보호무역) 방향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 쪽(트럼프)은 더 빠르고 격렬할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관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만을 겨냥해서 관세를 적용할 경우 멕시코 등을 통해 우회해서 들어오는 물건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편관세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무역법이나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조항 등을 활용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갖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의회 통과를 통한 정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먼 전 대표보는 "관세를 결정할 권한은 원래 의회에 있기 때문에, 의회를 우회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할 경우 수많은 소송에 시달리게 되고 대통령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논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회와 대통령이 일종의 패키지 딜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관세 인상과 법인세·소득세 인하, 보복관세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는 농민들을 위한 지원책 등을 한꺼번에 묶어서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보편관세를 행정부만의 의제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공동 의제로 전환할 수 있고, (차기 정부에서) 더 뒤집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의원들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패키지 딜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중국의 보복 때문에 약 250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재정지출을 늘리는 보조금 지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규제 완화나 세금 혜택 등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FTA가 수정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일관된 테마 중 하나는 '영원한 것은 없다'였다"면서 "세계는 변하고, 기존의 약속도 필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새 행정부가 중국이나 멕시코 등을 먼저 다루느라 한국과의 협상은 후순위로 두지 않겠느냐는 견해에 대해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고, 한국과의 무역 비중도 높다"며 "차기 정부가 이 분야에 집중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지난 FTA 재협상에서 도입된 철강·알루미늄 수출 할당제가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먼 전 대표보는 "협정이 수정될 순 있겠지만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수입하는 쪽이 아니라 더 적게 수입하는 쪽으로 수정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법)에 대해서는 "IRA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고, 칩스법은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더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법을 해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해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최근 USTR에서 은퇴한 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그는 한미FTA 협상 등의 경험을 담은 '워킹 아웃(Walking Out)'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대외적으로 강경한 무역정책, 고관세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을 지향하던 세계가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계기에 대해 금융위기를 꼽았다. "금융위기 전에도 자유무역 기조에 따라 관세율을 0%까지 낮추는 기조에 대해 불편해 하는 시각이 있었고, 금융위기 후 티파티라는 무소속 단체와 진보주의자들이 관세 도입에 일치된 시각을 보이면서 현재의 무역정책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들은 관세와 더 많은 장벽을 세우는 데는 동의하지만, 앞으로 어떤 무역 규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중국은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과 관련이 없는 결정도 많았다"면서 "대선 전에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보호무역) 방향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 쪽(트럼프)은 더 빠르고 격렬할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