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이미 많이 올랐는데"…투자 전문가의 '깜짝' 조언 [2025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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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재테크 전망 ③ 원자재
"금·은 투자하면 새해도 웃는다…원유는 신중해야"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 인터뷰
"귀금속 투자 유효…은 저평가 매력 있어"
"에너지·농산물 가격은 하락 전망"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어가면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 재테크 전망을 점치기 바쁩니다. 내수 부진 속 맞닥뜨린 탄핵 정국, 고환율 등 악재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입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업종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전문가에게 새해 투자전략을 물었습니다."금값이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단기 관점에서는 은도 좋은 투자 대안입니다."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이사)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자재 섹터 내 최선호섹터(톱픽)로 '귀금속'을 꼽았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귀금속, 특히 금으로 안전자산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금, 단기적으로 보면 은 투자매력 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는 전통적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에 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금·은·동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금, 단기적으로 봤을 땐 은의 투자 매력이 크다는 설명이다.황 부장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재정 확대가 예상되는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경기 전망 상 '연착륙' 기대가 유효하다"며 "동 기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고, 실질 금리의 하향 안정세로 이어져 원자재 시장에서는 금과 은, 동(구리)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장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했다.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4년 6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낮췄다. 12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가 25bp 하향 조정됐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4.25~4.5%다. 12월 FOMC 후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2025년 연 3.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황 부장은 통화 완화 정책과 맞물려 명목금리가 내려가면 귀금속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역사적으로 귀금속 섹터의 수익률은 명목 금리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일각에선 금값이 이미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금값은 여러 번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황 부장은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신구를 살 때 비싸다고 느끼는 것을 제외하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금값이 비싸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금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연평균 금값이 온스당 29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최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근월물은 온스당 26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금은 직접,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황 부장은 "KRX 금시장을 활용해 금을 직접 거래할 수도 있고, 원화 보유자라면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국제 금가격에 베팅하고 싶다면 ‘KODEX 골드선물(H)'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글로벌 금 채굴업체에 투자하려면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GDX)' 등에 투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황 부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은 투자가 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금, 구리와 달리 은은 올해 고점을 갈아치우지 못했다. 그는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금은비(금과 은의 가격 비율)도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금도 좋지만, 은이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하는 구간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인 금은비가 높을수록 은이 금에 비해 저평가돼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금은비는 86 수준으로 2000년 이후 평균값(68)보다 높다. 금은비가 86이라는 건 금 1온스를 은 86온스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구리 가격은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공급이 제한돼 구릿값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부장은 "계절적으로 봤을 때, 1분기까지 중국은 구리 재고를 축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중국 양회 이후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천연가스, 농산물 투자의견 '중립'"
귀금속, 산업금속 외 에너지(원유·천연가스)에선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합의한 감산 시점이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에너지 섹터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황 부장은 "OPEC+ 회원국 중 일부가 참여한 일일 220만 배럴 감산의 만기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내년 말엔 일일 350만 배럴 감산이 종료돼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겨울철까지 유가가 70달러를 웃돌겠지만, 한파가 끝나면 내년 1분기를 고점으로 국제 유가는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 잠시 유가가 반등할 순 있어도 하락세는 막지 못할 것"으로 봤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0.0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73달러를 웃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도 약세 요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후보 수락 당시 인터뷰에서 "원유 등 에너지 생산을 늘리겠다”며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뿐만 아니라 세계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규모의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핵심 요직에 모두 친(親)화석연료주의자를 앉혔다. 미국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유가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수 있다.
천연가스도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100만BTU당 2달러(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밑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천연가스 생산업체의 손익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겨울 한파 여부,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규모가 미국 천연가스 가격 흐름을 가를 것으로 봤다.
농산물 섹터에 대한 투자의견도 '중립'을 제시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길 만한 기후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국제기후연구소는 내년 2월까지 약한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해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로 남반구에 가뭄이 발생하면 농산물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밀, 옥수수의 주요 생산지가 남반구에 몰려있기 때문이다.황 부장은 2006년 우리선물(현 NH선물)에 입사하며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지금까지 글로벌 원자재 시장만 12년 이상 분석한 베테랑이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에는 7년 동안 원자재 파생상품 딜러로 경력을 쌓았다. 2022년부터 NH투자증권의 채권·원자재·외환(FICC) 리서치부를 총괄하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