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해외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국내 외국인부터 챙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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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스펙트' 운동 펼치는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

"선플 캠페인 이어 상호존중까지
세계인 감동할 글로벌 시민운동
영어 공용화, 말하기가 첫걸음"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선플재단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글로벌 시민운동 ‘K리스펙트’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선플재단 이사장·K리스펙트 창시자’. 민병철 중앙대 경제경영대 석좌교수가 지난 24일 기자에게 건넨 명함에서 눈에 띈 문구였다. 이름 아래에 직함보다 앞서 그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사회 운동을 넣었다. 온라인에 선한 메시지로 댓글을 달자(선플)거나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을 존중하자(K리스펙트)는 내용이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 <민병철 생활영어>로 영어 공부 붐을 일으키며 한국인에게 영어를 도구로 글로벌의 꿈을 꾸게 한 그가 이제는 글로벌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선플 운동은 2007년부터 17년째, K리스펙트는 지난해부터 활동해오고 있다.

민 교수는 “한국의 국격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우리 동포들은 여전히 ‘아시안 헤이트’(아시아인 혐오)로 고통받고 있다”며 “한국 거주 외국인을 존중하는 자세부터 정립해 한국이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려야 한다”고 말했다.민 교수는 국내 1세대 영어 교육자로 꼽힌다. 1981년 지상파 방송을 통해 10여 년간 영어교육 진행자로 나서며 이름을 얻었다. 이후 민병철교육그룹을 설립해 영어교육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3월 한국 주재 35명의 대사 및 부대사를 초청해 국회에서 K리스펙트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민 교수는 “해외에 진출한 한인들이 차별과 폭언에 시달리듯 한국 내에서 편견과 차별을 겪은 외국인이 많다”며 “우리 동포들이 보호받으려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부터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리스펙트 활동은 세계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직면한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수한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밖엔 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K리스펙트 활동은 주한 외국 대사들에게 환영받았다. 민 교수는 “어느 대사 한 분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내왔는데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 시댁에서 언어폭력에 가까운 꾸중을 듣는 모습이었다”며 “자국민의 핍박을 마음 아프게 지켜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주한 베트남 대사가 얼마 전 ‘우리도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K리스펙트 운동을 이어가기로 해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민 교수는 1980년대 처음 시작한 생활 영어 운동이 유학과 영어 조기교육이 보편화된 현재도 유효하다고 했다. 그는 “영어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마스터할 수 있다는 신념엔 변함이 없다”며 “엄마표 영어를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세 시대에 정년퇴직한 분들이 가장 하기 좋은 공부가 영어”라며 “손자 손녀를 돌봐주면서 영어까지 가르쳐주면 자녀들이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영어 공용화 국가로 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필수 조건은 국민의 영어 말하기 능력”이라며 “수능에 영어 말하기가 추가되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쉽지 않다”고 답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