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의 딜 막전막후] 고려아연 분쟁, 뿌리 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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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 증권부 기자▶마켓인사이트 11월 26일 오후 4시 25분
최근 한국 자본시장을 뒤흔든 대형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벌인 경영권 다툼과 현재 진행되는 고려아연 사태가 대표적이다. 두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내막을 보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SM엔터 사건이 고려아연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두 사건의 연결고리 원아시아
두 사건이 연결된 시점은 지난해 2월 16일이다. 하이브가 SM엔터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5거래일 뒤인 이날 오후 1시께부터 SM엔터 주가가 갑자기 치솟았다. 의문의 기타법인(기업 등)이 850억원을 들여 지분을 쓸어가자 SM엔터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12만원)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하이브는 결국 공개매수에 실패했고, SM엔터는 카카오 품에 안겼다.이 기업의 정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라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원아시아는 SM엔터 사건과 고려아연 사태를 잇는 연결고리다.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출자자(LP)가 바로 고려아연이다.고려아연은 SM엔터 시세조종에 활용된 원아시아 펀드 ‘하바나제1호’의 자금 중 90% 이상을 댔다. 고려아연이 낸 자금은 6000억원에 이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이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검찰 수사로 원아시아는 카카오 관계자의 ‘SOS’를 받고 시세조종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수사당국의 칼날이 최 회장까지 향하진 않았다. 원아시아의 주요 LP가 고려아연인 건 맞지만 최 회장이 시세조종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본지 보도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그동안 원아시아와 고려아연이 긴밀하게 움직인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원아시아는 카카오의 요청을 받고 SM엔터 지분을 사들일 당시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펀드 출자를 약속한 고려아연에 실탄을 쏴달라고 요청했고, 고려아연은 하루 만에 이 자금을 입금했다. 일반적으로는 최소 2주일이 걸리는 절차를 하루로 당긴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위해 정관도 개정했다.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출자하며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준 이상의 특혜를 주기도 했다. SM엔터 지분 매입에 투입된 펀드인 하바나제1호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30%를 원아시아가 챙기도록 계약을 맺은 것이다. 보통 PEF 운용사는 연간 내부수익률(IRR) 8% 이상을 기록한 경우에만 투자 수익의 20%를 수익금으로 받는다. 최소 수익률 조건도 없이 수익의 30%를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고려아연은 트랙 레코드(과거 성과)가 사실상 전무한 신생 PEF에 글로벌 최상위권 PEF가 받는 수수료보다 더 높은 수준을 약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