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에 3억?"…지하철역 '바닥 매트' 불편한 진실 [혈세 누수 탐지기㉑]

지하철역 곳곳 '미세먼지 흡입매트'
매트 밟으면 청소기처럼 먼지 흡입
시민들 "요란하고 미끄러워" 의문
올해 36억 썼는데…효과는 '5%'?
환경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의구심
시청역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밟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이거 하나에 3억원이 넘게 든다고요? 안 밟고 지나가면 그만이잖아요. 바닥 전체에 깔린 것도 아니고."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개찰구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습니다. 바람 소리와 요란한 금속 마찰음이 나는 정체불명의 '바닥 매트'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이것은 '미세먼지 흡입매트'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 10개 역사 바닥에 이 매트를 깔기 위해 36억원의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한경 혈세누수탐지기(혈누탐) 팀이 역당 3억원이 넘는 미세먼지 흡입 매트 사업을 들여다봤습니다.

올해만 36억원 + 'a'

/사진=김영리 기자
'미세먼지 흡입매트'는 올 한해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고 있는 시청역, 마포역, 종로5가역, 명동역, 공덕역, 석계역, 종각역 등 총 10개 역에 설치됐습니다. 서울시 예산 36억원이 쓰였으니 평균적으로 역당 3억6000만원가량의 세금을 지출한 격입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시의 지원을 받아 설치하고 있다"면서 "우선 내년에 2개 역에 이 매트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까지 확정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여기에 6억5000만원의 시 예산이 추가로 배정돼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매트는 지름 1cm가량의 쇠구슬이 촘촘히 박혀있는 은빛 대형 금속 패널 형태를 갖췄습니다. 역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가로 7~10m, 세로 2~4m 남짓의 면적입니다. 사람들이 이 구역을 밟으면 쇠구슬이 눌리며 생긴 구멍으로 먼지가 흡입되는 원리입니다.

지난 2020년 수유역을 첫 시범 설치로 확대돼 2023년 2건, 2024년 총 10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이 사업을 포함해 연간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들여 지하철 초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9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까지 있을 정도니 공사의 노력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효과는?

시청역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지나다니는 시민들. 일부는 매트를 일부러 밟지 않고 건너기도 했다. /영상=김영리 기자
이렇게 유동 인구까지 고려한 세금 집행이 실효성은 있는 것일까. 먼저 흡입매트를 접한 시민들은 대체로 '신발 먼지떨이'에 세금을 낭비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서울숲역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설치 비용을 듣고선 놀라며 대번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씨는 "이 역에는 오래전에 설치됐는데 최근 들어 다른 역에서도 자주 보이더라"라며 "면적이 좁아 신경 써서 밟는다고 해도 서너 발걸음이 안된다. 1~2초 동안 옷이나 공중에 있는 먼지를 얼마나 빨아들이겠냐"며 회의감을 드러냈습니다.

시청역같이 여러 호선이 교차해있는 곳은 유동 인구를 고려해 역사 내 6개 구역에 매트가 깔렸습니다. 곳곳이 매트인데도 일부러 이 구역을 밟지 않고 다른 길로 우회하거나, 점자블록만 밟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30대 박모씨는 "밟을 때마다 시끄러워서 그냥 피해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마포역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비 많이 오는 날엔 미끄럽겠다"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 확대 계획을 밝히며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 2020~2021년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해 실증 사업을 벌인 결과,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5% 이상 저감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확대 설치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6월에는 "1호선 제기동역에 설치한 흡입매트의 경우 가동 이후 전년 대비 미세먼지 농도가 16.6% 감소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5~16% 정도면 수십억 세금을 쏟기에는 망설여질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인천교통공사의 경우 2019년부터 5년간 인천지하철 1·2호선 지하 역사 내 초미세먼지를 50% 줄였습니다. 이 기간 공사는 노후 공기조화기 112대, 역사 공기청정기 562대, 전동차 공기질개선장치 1471대를 설치했습니다. 총 비용은 660억원이 들었습니다. 서울시가 3년간 3000억원을 들일 것이라고 발표한 것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입니다.

게다가 미세먼지 흡입매트는 최근처럼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고장의 위험성도 적지 않습니다. 한 관계자는 "이 기기는 물이 쥐약"이라며 "공기 흡입 구멍 사이로 물이 흘러 들어가면 먼지 필터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 호흡하는데 바닥만 깨끗해 뭐하나"

출근시간대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지나다니는 시민들. /영상=김영리 기자
전문가들도 비용 대비 실효성이 적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중에서 코가 있는 높이에 먼지가 없게끔 관리하는 것이 실내 미세먼지 관리의 핵심이고, 이를 고려하면 먼지 흡입 장치가 바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통 사람이 호흡하는 위치를 대략 땅에서부터 코가 떨어져 있는 거리인 1m20cm 지점으로 삼는다"며 "이미 역사 곳곳에 설치돼있는 공기청정기들이 스탠드 형식인 이유도 이와 같다. 어차피 신발이 닿는 곳이 깨끗해 뭐하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발에 붙은 먼지를 털어낸다는 건 사실상 바닥에 있는 먼지를 줄인다는 건데, 바닥 먼지는 물청소 이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대학 이상돈 교수도 "미세먼지 자체가 공중에 떠다니는 부유 물질인데 흡입매트를 밟을 때마다 바닥과 가까운 곳의 대기를 정화하는 수준의 기능은 효과적일 것 같지 않다"며 "공기청정기를 더 많이 설치하거나 노후한 공기 순환 설비를 교체하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더 크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정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부도 나옵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흡입매트의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다수의 이용객이 누린다면 유의미할 수는 있다"면서도 "세금이 쓰이는 만큼 비용편익적 관점에서 분석해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 오는 날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을 거쳐 내구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박 교수는 "제대로 된 방법을 고민해 미세먼지를 저감시킨다면 큰 비용이 들더라도 반대할 시민들이 어디 있겠냐"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