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역대 첫 '11월 폭설'…도로 통제·출근길 혼란

11월에 서울 20cm 이상 내린건 역대 처음
기상청 "영상영하 오락가락한 날씨, 습설 형성"
"해수온 상승으로 다량 수증기 형성, 10cm 더온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새벽부터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설이 내리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최대 20㎝의 눈이 내리면서 일부 도로가 폐쇄됐고 출근길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11월에 내린 눈 중 서울에 10㎝ 이상 쌓인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오전 8시 기준 서울 성북 지역 20.6㎝, 그 밖의 서울 지역에는 16.5㎝의 눈이 내렸다. 현재 수도권과 강원내륙 산지에는 시간당 5㎝ 내외의 강한 눈이 내리고 있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도 양평에는 대설 경보가 내려졌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3시 대설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대설로 인해 서울 도심 곳곳의 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오전부터 북악산로·삼청동길·인왕산길·감사원길 양방향 서빙고로 단방향 등을 통제했다. 화성 동탄에서 서울 강남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김성규씨(40)는 “대설이 내린다는 예보를 미리 접하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새벽 6시 전에 회사로 출발했다”며 “운전자 시야를 가릴 만큼 눈이 새벽부터 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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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근길은 극심한 혼잡함을 보였다. 빙판길 영향으로 광역버스 운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시민들이 전철 등 일부 대중교통으로 몰렸고 일대는 극심한 혼란을 빚게됐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사당으로 광역버스를 타는 손의현씨(29)는 “버스가 빙판길 위를 안전운전하기 위해 평소보다 천천히 달렸다”며 “덕분에 평소보다 출근길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대설특보가 발효되면서 수도권 전철에 전동차를 1호선 등 총 13회 추가 운행했다. 서울시도 이날 새벽부터 9685명의 인력과 1424대의 제설 장비를 투입해 강설에 대응하고 있다. 도심 전역에 제설제를 살포해 눈을 녹이거나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내는 제설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9호선 전철도 운행 지연됐다. 한티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서모씨(29)는 “폭설로 9호선 주요 환승 구간인 선정릉역에 사람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급행열차에 사람이 몰려 탈 생각을 못 하는 등 눈앞에서 열차를 여러 대 놓쳤다”고 말했다.

갑자기 내린 폭설에 건설 현장도 멈춰섰다. 이날 오전 9시께 경기 고양 풍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아무런 건설 장비가 드나들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새벽부터 많은 차량이 오고 갔지만 눈의 영향으로 하루 공사를 중단했다. 대신 근로자 서너명만 분주히 눈을 치우고 있었다. 경기 구리의 한 유치원은 ‘등원 차량이 빙판길의 영향으로 15분가량 지연됐다’는 도착 지연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돌렸다. 학부모 이성운씨(38)는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일터로 출근해야 했는데, 유치원 사정으로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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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홍도와 포항∼울릉 등 74개 항로의 여객선 96척이 운행을 멈추기도 했다. 항공편도 일부 연착됐다. 이날 인천 오사카행 아시아나OZ112편은 8시 5분 이륙 예정이었으나 오전 9시40분 기준으로도 이륙 못했다. 오전 9시10분 이륙 예정이었던 에어부산172편도 마찬가지다, 오전 10시에도 이륙하지 못했다. 탑승객 김모씨는 “밖에서 사람들이 활주로에 쌓인 눈 치우는 걸 구경하며 1시간 넘게 기내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기상청은 역대 11월 중 서울 지역에 10㎝ 이상 눈이 쌓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11월 폭설’이 발생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이 지목된다. 우진규 기상청 사무관은 “기상청이 미리 예보했지만, 11월에 내린 중 서울지역에 10㎝ 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오고 가며 습설(눈과 비의 중간 단계)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폭설이 정확히 얼마나 올지 예상이 다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우 사무관은 “최근 한반도 인근 해수온이 증가하며 폭설을 유발했다”며 “뜨거워진 바다에서 나타나는 수증기가 눈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됐고 수증기가 얼면서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노원구 등은 눈이 20cm 넘게 쌓인 것으로 관측됐는데 해당 지역은 기상청의 예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은 이번 대설이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8일엔 경기동부·남서내륙 5~15㎝(많은 곳 20㎝ 이상), 서울·인천·경기서해안·경기북서내륙 3~8㎝(많은 곳 10㎝ 이상), 강원산지 10~20㎝(많은 곳 30㎝ 이상), 강원내륙 5~15㎝(많은 곳 20㎝ 이상), 충북 5~10㎝(많은 곳 충북북부 15㎝ 이상), 전북동부 3~10㎝(많은 곳 15㎝ 이상), 경북북동산지 5~10㎝, 제주도산지 5~15㎝ 등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최고 30㎝ 이상의 가장 많은 눈이 예상되는 강원도는 영동에 이어 영서 지역으로 대설특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희원/김다빈/조철오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