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 간 사장님 손녀, 호화 생활 즐기더니…딱 걸렸다

회삿돈으로 호화 생활
플랫폼·프랜차이즈 등 기업 37곳 세무조사

사진=연합뉴스

제조 업체 A사의 사주는 해외 휴양지에 있는 개인 소유 요트 유지비 수억 원을 법인이 대신 부담하도록 했다. 해외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플랫폼 운영업체 B사의 사주 일가는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정산 대금을 빼돌려 호화 생활을 즐겼다.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수억 원대의 피부 관리비, 반려동물 비용 등을 법인 카드로 부담했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 오너일가 37명에 대한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플랫폼, 프랜차이즈 등 서민과 밀접한 분야의 사업을 하면서 납세를 회피한 기업의 사주 일가가 타깃이다.

우선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해 호화 생활을 하면서도 이를 정당한 비용으로 위장해 세금을 회피한 기업과 사주 일가(14개)가 조사 대상이다. 해외 호화주택, 스포츠카 등 고가의 법인 자산을 취득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사주 자녀의 해외 체류비·사치비용을 법인이 부담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이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고급 주택, 고가 사치품 등 총 1384억원이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로 슈퍼카 여러 대를 구매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된 기업 및 오너일가 37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국세청 제공

주요 사례를 보면 사주 손자녀의 해외 사립학교 교육비 및 체류비 수억 원을 법인이 부담하거나, 해외 유명 휴양지에 법인 명의로 호화 주택 취득 후 사주일가가 사용한 사례가 포착됐다. 플랫폼 근로자의 정산금을 빼돌려 회삿돈으로 개인 별장을 짓고 연수원 용도로 위장한 경우도 있었다.

사주 지분이 많은 계열사나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을 부당 지원한 기업과 사주일가(16개)도 조사 대상이다. 자녀에게 알짜 사업을 떼어주거나 고수익이 보장된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 자녀들은 평균 66억원을 종잣돈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 재산을 5년 만에 평균 1036억원, 최대 6020억원으로 불렸는데도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업은 자녀 법인이 수십 억원에 인수한 기업을 사주 법인이 내부거래로 키워주고, 수백 억원에 다시 인수한 혐의를 받는다. 자녀 법인에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해 영업이익률이 3년 만에 15배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기업공개(IPO), 신규 사업 진출 등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 차익을 얻은 기업과 사주 일가도 있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최대 주주인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등이 5년 내 상장해 주가 상승 이익을 얻은 경우 자녀에게 증여세를 매기도록 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관련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사주 일가는 상장, 인수·합병(M&A) 등이 예정된 비상장 주식을 취득해 취득가액 대비 평균 20배의 주가 상승 이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사주 자녀가 부모로부터 자금을 증여받아 상장 예정 주식을 취득하고 상장 후 주가가 약 70배 상승한 사례를 확인했다. 해외 수주 공시를 앞두고 차명으로 주식을 취득하고, 공시 후 양도해 수십 억원 시세차익을 얻은 사주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그간 수집된 대내외 정보자료, 금융추적·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해 세금 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예외 없이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