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대신 다른 집 짓겠다니"…청약 당첨자들 두 번 울렸다 [돈앤톡]
입력
수정
'사전청약 취소' 인천 영종 A16BL…민간임대 전환 추진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을 넣은 곳에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집을 짓는다면 참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민간 사전청약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사전청약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LH·국토부는 법률검토 착수…"제도 허점 드러낸 것"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2022년 사전청약을 받았던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 제일풍경채 사전 공급계약을 지난달 취소했습니다. 제일건설은 이 부지에 1419가구 규모 민간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통상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민간 시행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급받은 공공택지는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하면 LH로 환수됩니다. 민간 사전청약지에서 사업이 취소된 곳은 7곳인데, 영종 A16BL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모두 LH와의 토지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지는 제일건설이 그대로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당초 해당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21층, 17개 동, 전용면적 84㎡ 총 1457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1239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이 2022년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8월 본청약이 예정돼 있었지만, 회사는 지난 7월 본청약 시점을 2025년 상반기로 연기하더니 결국 지난달 사업을 포기했습니다.시행사인 제일건설의 계열회사 제이아이주택은 안내문을 통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건설자재 원가 상승 및 사업성 결여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분양 사업을 취소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이 사업 취소로 사전청약 당첨자 약 340여 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제일건설은 해당 택지로 HUG의 제2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 제안사업에 공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민간 부지에 주택도시기금 공동 출자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해 임대주택을 짓는 것으로 10년 이상 장기 임대 후 분양하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소식에 사전청약자들 사이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토지를 받았다가 사업을 취소했다면 반납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전청약자들은 내 집이 사라졌는데 시행사는 토지를 그대로 점유하면서 다른 건물을 짓겠다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이와 관련해 HUG는 LH로부터 부지사용 승낙 확인서를 받았기에 제일건설에 결격사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LH는 "부지사용 승낙 확인서가 발급된 것은 그 (사업 포기) 전의 일"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법률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토 결과에 따라 토지를 환수하거나 사전청약자에게 분양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업계에서는 급조됐던 사전청약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를 만들면서 관계 법령이나 규정을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하지 않았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단 이런 상황을 허용한 제도가 허술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조만간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사업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착공까지 시일도 많이 남았기에 국토부의 판단에 따라 시행사를 교체하거나 제일건설이 그대로 시행하면서 완성된 주택의 입주권을 사전청약자에게 주는 등의 결론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