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갇힌 바이오산업…글로벌 도약 열쇠는? [VC/M&A 인사이드아웃]

IPO 중심 회수 구조에 투자 위축
美 대비 경직된 규제는 개선 해야
기업은 '기술력+소통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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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바이오 업계에 대한 벤처 투자는 기업의 생존과 더불어 국가 바이오산업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적 제약과 법률적 한계로 인해 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가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문제와 각종 규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탓에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 VC 투자 동향과 현황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2024년 상반기 국내 VC 투자 및 특례상장 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바이오(의료 포함) 분야에 대한 신규 VC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5% 증가한 6772억원에 이르렀다. 2024년 8월까지 기준으로는 8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VC 투자액의 약 16.6%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수치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는 바이오 기업의 수가 늘어났다. 2024년 상반기 신규 특례상장 기업 중 약 28.6%가 바이오·의료 관련 기업으로, 이는 2022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바이오 전용 투자 펀드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체 신규 VC 조합 수가 2022년 380개에서 2024년 6월 기준 109개로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바이오산업에 집중된 자금 조달 역시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요 법률·제도적 문제: IPO 중심의 회수 구조와 과도한 규제

국내 바이오 벤처투자 환경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IPO(기업공개)를 중심으로 한 자금 회수 구조와 엄격한 상장 규제다. 미국에서는 M&A와 후속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마련되어 있다고 평가되지만, 한국은 여전히 IPO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높은 회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이오 업계에 대한 VC 투자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는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실이 3년간 2회 지속된 상장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데(법차손 규정),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의 경우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나 이후 일반 상장기업과 동일하게 법차손 규정을 적용받아 3년 동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한국거래소는 이를 문제 삼아 해당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신약 개발처럼 장기간의 연구와 임상 과정을 수행하는 탓에 매출과 수익 발생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바이오 기업에는 가혹한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규제 환경의 경직성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매출, 순이익, 시가총액 등 다양한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이 유지되지만, 한국은 여러 조건 중 단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규제 환경은 투자자의 회수 리스크 관점에서 위험 부담을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VC 업계가 바이오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국내 바이오 업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규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한편 정부 주도로 3000억원 규모의 바이오·백신 펀드가 조성되었으나,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 기업에 해당 자금이 지원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의 펀드와 같은 추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성공적인 바이오 VC 투자 유치를 위한 조건

정부 주도의 지원책 마련과 더불어, 바이오 벤처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력과 실현 가능성 있는 명확한 사업 전략, 투자자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바이오 기업들은 무엇보다 시장성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핵심 인력의 역량이 필요하며 나아가 투자자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

학계 또는 연구기관과 달리 종국적으로 매출과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투자자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자에게 당초 제시한 파이프라인이 달성되는 시점에 대하여 명확히 소통하고 도중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해결방안 또는 대안을 선 제시하고 투자자로부터 적절히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공개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친다면 기존 투자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 VC 업계를 통한 재투자 유치도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바이오 VC 업계의 전망과 결론

글로벌 바이오 VC 투자는 최근 암, 신경계, 내분비계 치료제와 같은 영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평균 투자 규모는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국내 바이오 투자 시장의 회수 구조 다변화와 규제 개혁이 절실해 보인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도움을 받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러한 민간 주도의 글로벌 협력 활성화를 통한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투자 환경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법률적 개선과 함께 투자 생태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회수 구조 다변화를 지원하며, 민간과 협력해 성공적으로 국내 바이오 투자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바이오 벤처기업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신뢰와 소통을 통해 투자자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명확한 전략과 실행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기업, 투자자, 정부가 협력하여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때 가능하다.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미래를 열 수 있다.
서보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법무법인 린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2009년 금융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래 그간 국내외 대기업 및 금융회사 사내변호사,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업 일반자문에서부터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합병후통합(Post-Merger Integration),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금융, 조인트벤처(JV) 등 기업자문에 대한 다양한 업무수행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컴플라이언스 등 TMT 및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자문을 활발히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