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는 되고 韓은 안되는 ETF 명칭

규제에 이름 바뀐 커버드콜 ETF
과도한 규제에 성장 저해 우려

맹진규 증권부 기자
“투자자들에게 어떤 상품인지 정확히 알리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닐까요. 금융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일 미국 일드맥스자산운용이 ‘일드맥스 타깃 12 빅50 옵션 인컴 ETF’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것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이 내린 평가다. 이 상품은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에 투자하면서 콜옵션(매수청구권) 매도를 통해 연 12%의 분배금 지급을 목표로 하는 커버드콜 ETF다.국내 ETF도 아닌 미국 ETF의 상장이 자산운용업계에서 화제가 된 것은 이 ETF가 명칭에 ‘타깃 12’를 달고 출시됐기 때문이다. 올 9월 금융감독원은 커버드콜 ETF 명칭에서 연 목표 분배율 숫자나 ‘프리미엄’ 등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다 할 사고가 난 건 아니었지만 투자자가 명칭에 적혀 있는 숫자를 확정 수익률로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로 바뀌는 등 이름만 보고는 무슨 상품인지 모를 정도로 특색을 잃어버렸다.

당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명칭 규제를 검토했으나 결국 상장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깃 커버드콜이 해당 ETF의 핵심 전략인 만큼 목표분배율을 명칭에 달아야 상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드맥스자산운용은 이 ETF를 시작으로 반도체, 바이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타깃 커버드콜 ETF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연 목표분배율을 설정한 타깃 커버드콜 ETF는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출시된 상품으로, 국내 ETF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ETF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역수출이 이뤄진 셈”이라며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든 산업이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로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정작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조치가 시급한 해외 레버리지 ETF ‘직구’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해외 증시에서 사들인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순매수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테슬라 2배 ETF 등 금융당국 규정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상장이 금지된 종목을 사기 위해 해외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 사전 온라인 교육 이수 등 진입 규제가 있지만 해외 상장 ETF엔 이런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자산운용사 임원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투자가 열려있는데 국내에서 마냥 규제로 틀어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