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트럼프 시대, 무역 불확실성 커져…환율 1500원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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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그룹 회장, 플랜B 강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초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1500원까지 오르는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관세 한 번에 올리기 쉽지 않아
한국이 먼저 美에 협상카드 내야
국내 규제 없애면 일자리 늘 것
지난 26일 서강대에서 열린 ‘생각의 창’ 특별강연에 연사로 나선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은 “트럼프 시대에 무역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류 회장은 새로운 트럼프 시대를 겨냥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미국의 적자를 어떻게 줄일지, 우리가 수입을 얼마나 어떻게 늘릴지,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어떻게 할지 등 먼저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트럼프발 보호무역 기조에 대해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관세만 해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한 번에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함부로 폐기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류 회장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많이 투자한 곳은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라며 “트럼프도 함부로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는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스스로와 중소기업 모두에 좋지 않다”며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작은 기업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가 능력이 없는 2, 3세에게 경영권을 주는 것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아무리 오너라고 해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경영철학이 같고, 회사를 책임감 있게 이끌고, 사심 없이 주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싶다”며 “꼭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이날 행사는 서강대가 미국 대학을 본떠 만든 멘토링센터인 ‘생각의 창’ 주최로 마련됐다. 청년들이 사회 각계의 리더를 만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설립을 주도했다. 지난달 1회 연사로 나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류 회장이 두 번째로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