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MRO 사업 따낸 HJ중공업…美도 정조준

해군고속함 18척 성능개발 맡아

고속정 개발 노하우 발판 삼아
해외 군함 MRO 영업 강화할 듯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2008년 건조한 차세대 유도탄고속함인 ‘윤영하함’이 같은 해 12월 해군에 인도되고 있다. HJ중공업은 2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유도탄고속함 18척에 관한 성능개량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HJ중공업 제공

중형 조선사인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진출한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에 이어 미국 MRO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상선 외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HJ중공업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해군 유도탄고속함 18척 성능개량 체계개발 사업을 수주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사업 규모는 1247억원으로, 완료 시점은 2030년이다. 해군과 방사청은 이 군함의 부품이 노후화해 성능이 저하되자 주요 장비를 국산 부품으로 전량 교체하는 사업을 발주했다.

이번 MRO 대상인 유도탄고속함(440t급)은 해군의 기존 고속함인 참수리호를 대체하는 차세대 고속 전투함이다. 2008년 HJ중공업이 1호 고속전투함인 ‘윤영하함’을 비롯해 총 8척을 건조했다. STX조선 등 다른 조선업체가 나머지 물량을 건조했다. 2018년까지 총 18척이 취역했다.

HJ중공업은 국내 고속정 개발 노하우를 발판 삼아 미국 MRO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고속함 건조 사업을 수행하며 국내 전투체계를 비롯해 선체 방화격벽, 스텔스 기술, 워터 제트 추진 기술 등 차세대 전투함 기술을 확보했다. 방화격벽은 폭발로부터 선체를 보호하고, 스텔스는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는 기술이다. 워터제트 기술은 낮은 수심에서도 함정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업계에선 HJ중공업의 신기술이 적용돼 해군 고속함의 기동력과 수명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전 배치한 뒤 실증하며 대함전·대공전·전자전 능력을 고루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HJ중공업은 MRO 시장 확대를 위해 전투용 설비를 증축하고 창정비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MRO 공조도 강화할 것”이라며 “해외 군함 MRO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고 했다. 이날 HJ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14.62% 급등한 주당 4665원에 장을 마감했다. 해군 MRO 수주 계약과 미국 MRO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