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속도조절'…국어는 도입 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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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프라·문해력 저하 우려정부가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와 과학 과목의 AI교과서는 계획보다 1년 늦춘 2027학년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디지털 인프라 부족, 문해력 저하 우려 등을 반영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과학 과목 1년 연기 검토
영어·수학 내년 예정대로 추진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3월 도입하기로 한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교과서업체가 개발을 마쳤고, 검정 결과를 29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교육부가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것은 인프라 미비 등 현실적 여건을 반영해서다.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지방은 통신망 등이 완벽하지 않다. 교육계 관계자는 “전국에서 모든 학생이 AI디지털교과서에 접속해 수업을 한다고 할 때 가능한 지역은 많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전면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I디지털교과서로 가르칠 교사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사 연수를 하고 있지만 AI디지털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라 그냥 소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시범 사업도 아닌 본사업을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해력 저하, AI디지털교과서 구독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부담 등도 문제로 꼽힌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17명 가운데 5명만 2025년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여기에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도 부담이다. 교육 자료는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별로 필수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도입하는 학교가 많지 않으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도입 일정 등을 재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속도 조절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