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성니코틴도 담배로 규제"…국회 논의 불붙나

기재위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

복지부 유해성 연구결과
"유해물질, 연초 니코틴의 2배"
연내 국회 처리는 불투명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해 세금을 매기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에 포함된 유해물질 함량이 연초 니코틴보다 더 높다는 정부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청소년이 주로 소비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처럼 규제하기 위해서는 ‘유해성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는 소위원회를 열고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첫 논의에 들어갔다. ‘담배’의 정의를 ‘합성 니코틴’ 등을 포함한 전체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1988년 제정된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현재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포함한 경우에만 ‘담배’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에서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부분은 ‘합성 니코틴’ 용액이 주원료다. 담배법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궐련형 담배와 달리 온라인·자판기 판매 및 광고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쉽게 접하면서 청소년 흡연율이 크게 높이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 담배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궐련형 담배와의 조세 형평성 문제도 지적돼왔다.

논의에 속도가 붙게 된 건 정부의 용역 보고서가 나오면서다. 이날 기재위 소속 박성훈 의원이 보건복지로부터 받은 ‘합성 니코틴과 연초 니코틴 유해성 비교·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 원액에선 41가지 유해물질이 L당 2만2902㎎ 검출됐다. 천연 니코틴(L당 1만2509㎎)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보고서는 “미국, 영국 등처럼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5개국이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담배로 정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보고서 결과를 근거로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최근 기재위에 전달했다.

여야는 합성 니코틴을 규제의 영역으로 들여와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다만 이날 열린 소위에서 개정안 처리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정부 유해성 보고서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소상공인 피해 가능성을 추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야당에선 서민들이 주로 피우는 담배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우려 입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재위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추가로 들은 뒤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98t이었던 합성 니코틴 국내 수입량은 지난해 216t으로 급증했다. 지난 25일 글로벌 담배 제조 업체인 BAT도 합성 니코틴을 활용한 전자담배를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가능하면 규제 법안이 연내에 통과하도록 여야 및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소람/노경목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