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내세운 분양가상한제…강남권 '로또 청약' 부추긴다

주택 가격 및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최근에는 ‘로또 청약’ 등 과도한 경쟁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분양가를 강하게 규제하는 게 민간 공급량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수요와 공급 원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기반해 아파트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로, 1997년 처음 도입됐다. 2년 후인 1999년 분양가 자율화로 규제가 풀렸고, 2005년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재도입됐다.도입 초기에는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대상을 규제지역 내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했다. 현재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규제 지역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주변 시세의 70% 수준에 공급되기 때문에 당첨 즉시 수억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분양 때마다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리고 만점 통장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최근 분양한 규제지역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다. 지난달 22일 307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에 8만2487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268.7 대 1에 달했다. 최저 당첨 가점은 전용면적 43㎡(69점)를 제외하고는 74점으로 높았다. 5인 가구로 무주택 기간을 15년 이상 유지해 만점 통장(74점)을 보유한 사람도 이 단지 청약에서는 턱걸이로 당첨됐다는 의미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청약 점수를 쌓기 어려운 1~2인 가구와 청년층에서는 청약 포기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일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38만107명으로 집계됐다. 9월(2542만3635명)보다 4만3528명 줄었다. 지난 3월(2556만8620명)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도 늘린다”며 “수급에 따라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공급이 활성화돼 오히려 주택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