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상설' 거장 넬손스 , 보스턴심포니 지휘 도중에 포기

10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세계 투어로 피로 누적됐나
23일 보스턴심포니홀서 열린 공연에 부지휘자가 대신 공연 이어가
악보에 충실한 해석과 명료한 지휘, 단원과의 깊은 유대를 자랑하는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46). 여러 음악 단체와 유명 클래식 페스티벌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인기 지휘자다. 그는 지난 10월 말, 한국에서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조성진, 미도리 등 연주자와 연주한 바 있다.

빈필과 함께 10월 17일부터 한달간 세계 투어 공연을 올린 안드리스 넬손스가 미국 공연 중 무대에서 내려왔다. 외신에 따르면 넬손스는 지난 23일 저녁 미국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열린 <르네 플레밍, 로드 길프리, 그리고 안드리스 넬손스>에서 첫 곡을 연주한 뒤 몸의 이상을 호소하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날 넬손스는 모차르트 서곡 '후궁으로부터 탈출'을 연주했다. 외신에 따르면 연주하는 동안 넬손스는 지휘대에서 휘청이거나 몸을 웅크리는 등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곡이 끝난 직후,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최고경영자(CEO) 채드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왔다. 그는 관객들에게 "잠시 인터미션을 갖겠다"고 요청했다. 이후 그는 "부지휘자인 새미 라시드가 오늘 남은 공연을 이어갈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인 넬손스는 2014/15 시즌이 시작된 이래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BSO)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BSO와 함께한 지 10년째 시즌을 맞이한데다 빈필과 세계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 가진, 의미가 남다른 무대였다. BSO는 뉴욕필하모닉, 시카고심포니 등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교향악단이다. 넬손스는 BSO외에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겸하고 있다. 넬손스에겐 위기였지만 프랑스 출신인 부지휘자 새미 라시드에게는 이 날이 기회였다. 외신 속 관객들 증언에 따르면 이날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라시드는 지휘 도중 발을 가볍게 구르는 듯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36번과 린츠 교향곡, 소프라노와 바리톤을 위한 곡 등 나머지 곡들을 지휘했다. 넬손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부지휘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라시드는 2023/24 시즌 시작과 함께 넬손스가 부지휘자로 임명한 인물이다. 올해 심포니홀에서 데뷔를 마친 젊은 지휘자다. 라시드는 '아르도 콰르텟'의 첼로 연주자였으나 2021년부터 프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국립 오페라극장의 부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라시드는 2021년부터 NHK 심포니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및 챔버 오케스트라, 도쿄 필하모닉,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곳곳의 교향악단과 협연해왔다. 그는 보스턴심포니 홀의 공연 다음날인 24일, "어젯밤의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직도 휘몰아친다"며 개인 SNS에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한편 넬손스의 건강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단기간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진행해 체력이 달리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까지 취소 일정이 전해진 것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라는 별명답게 그의 연주 일정은 아직 빼곡하다. 바로 다음 연주는 독일 베를린에서 12월 12일 예정돼 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