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98cm 예술가 베르사니의 '특별할 것 없는' 행위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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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공연예술가 伊 베르사니"제 몸의 형태보다는 제 안무와 연출의 의미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모두예술극장서 공연
'젠틀 유니콘' '덤불' 애니멀' 등
정치적 신체를 키워드로 한
3편의 작품 무대에 올린다
베르사니는 "더 많이 공연해서 장애인이 펼치는 예술을 특별하게 보지 않는,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세부터 행위예술을 배웠다. 행위예술가가 자신의 직업이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제 이전에 장애인이 행위예술을 하거나 무용을 한다는 사람을 만나질 못해서요. 저는 바닥에서 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단 걸 깨닫고 행위예술과 사랑에 빠졌어요. 휠체어가 없이 공적인 장소에 제가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무대에서 그게 가능했죠. 나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느꼈고 지금까지 온 거에요."
'젠틀 유니콘(11월 29~30일)'에서는 장애인의 신체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마주하고 장애인의 목소리를 되찾으려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베르사니는 "이교도의 동물, 교황의 상징 등으로 쓰인 유니콘에 발언할 기회를 주는 공연"이라고 했다. 장애인의 신체가 당사자의 발언이 배제된 채 종교, 문화적으로 의미가 덧씌워졌던 역사에 주목해 유니콘을 장애인을 빗댔다.
'덤불(12월 4일)'은 자연에 저항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놓인 상황을 가정하며 장애를 가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어린 시절 움직일 수 없어 한곳에 오래 머물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숲에서 장애 아동이 길을 잃었을 때,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탐구한 결과를 무대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애니멀(12월 6~7일)'은 발레 안무가 미하일 포킨의 명작인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한 공연이다. 베르사니의 느린 움직임은 우아한 백조와 거리가 있지만, 죽어가는 과정 속, 고통받는 동물의 꾸밈없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백조라면 떠올리게 될 우아함이란 편견, 그것을 깨부수는 의도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