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리스크 떠안은 곽경택 "원망, 가슴앓이, 족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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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곽도원 출연한 영화 '소방관'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이 주연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곽도원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곽경택 감독 "곽도원, 사과하고 싶어해"
"논란 생기면 곽도원 소환, 미치겠더라"
2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곽경택 감독은 "며칠 전 시사회 할 때 곽도원 편집 분량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사실 요즘처럼 영화를 찍고 홍보, 마케팅을 하는 데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원망이 든다"고 토로했다.이어 "모든 질문에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편집 분량에 있어서는 완전히 편집을 안 한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극 중 곽도원은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을 기록한 서부소방서 구조반장 진섭 역을 맡았다. 주원과 함께 극의 중심을 이끄는 주요한 인물이기에 그의 분량을 덜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앞서 곽 감독은 곽도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주 밉다.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깊은 반성과 자숙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영화에 소방관들의 '치료제' 같은 게 있다. 취재하면서 들었던 건데 일부 소방관들이 '술이 치료제라 그거 먹고 견딘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터지고, (곽도원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 대해 클로즈업은 다 빼버렸다"고 밝혔다.이어 "연기는 액션, 리액션이니까 상대 배우 분량이 날아가는 건 싫었다. 다른 배우들과 형평성을 위해 그 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부 감독 중 (논란의 배우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감싸주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곽도원 배우만 있는 게 아니다. 스태프, 투자자, 들이 있기에 제 마음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선을 그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곽 감독은 영화 개봉이 지연된 이유는 코로나19가 첫 번째, 곽도원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두 번째, 그리고 투자배급사가 바뀌면서다. 그는 "꼭 곽도원 때문에 늦어진 것은 아니다. 대략적인 상황은 그렇다"고 설명했다.
곽도원의 반응에 대해 "사과의 말을 하고 싶어 한다"며 "당연히 죄송하고 몸 둘 바를 몰라 하지만 마음만 이해한다"고 전했다.'소방관' 진섭 역에 곽도원을 캐스팅한 이유에 관해 묻자 곽 감독은 "이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그냥 곽도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곽도원에게만 시나리오를 줬고 바로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왜 곽도원이 떠올랐나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캐릭터에 너무 어울릴 것 같아서다. 고집도 세야 하고, 묵직함도 있어야 하고, 외골수적인 모습이 필요했다. 어울렸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곽 감독은 "논란이 된 배우들 이슈가 계속 나오면 그때마다 곽도원이 소환되고 미치겠다고"라며 "최초로 찍어 놓고 개봉 못하는 거 아니냐는 공포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걸 OTT에서 사겠느냐. 가슴앓이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그는 투자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적은 제작비도 아니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상업 감독으로서는 미안한 부분"이라고 했다.
겨울에 '소방관'을 개봉하는 것에 대해 곽 감독은 "중간에 배급사가 바뀌는 과정이 있었는데, 올해 안 개봉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저는 강력하게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조쇄 풀고 새 출발 하자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전에 '태풍'이란 영화를 찍었는데 배급사 한 분이 겨울에 개봉한다니까 추운데 물난리 난 영화를 보겠느냐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구나 싶더라. 저도 이 작품이 정서적으로 따뜻한 이야기고 불이 주는 느낌이 있어 겨울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영화 '소방관'은 2001년 3월 4일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목표를 가지고 강렬한 화염 속에 뛰어드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12월 4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