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횡령·배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구속심사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100억원대 배임과 허위 광고 등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8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홍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홍 전 회장은 상장사 남양유업을 운영하면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중간에 불필요하게 끼워 넣어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납품업체들로부터 거래 대가로 수십억원을 수수하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납품업체 대표를 회사 감사로 임명한 뒤 급여를 되돌려 받은 혐의도 있다.

홍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액은 각각 수십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홍 전 회장이 '불가리스' 유제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하는 데도 가담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사내 발표회가 아닌 기자 초청 심포지엄에서 홍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가 불가리스 논란이 불거지자 이런 지시가 담긴 휴대전화 2∼3대를 한강에 버리라고 지시했다는 실무진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홍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논란'으로 남양유업이 소비자 불매 운동과 경찰 수사 등에 직면하자 국민들에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그는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53%를 한앤컴퍼니에 팔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지만, 올 1월 '계약대로 주식을 매도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결국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이후 새 경영진은 지난 8월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특경법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고소했다. 남양유업이 횡령 등으로 고소한 금액은 201억원이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의 가족들이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이날 납품업체들로부터 거래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는 박모 전 남양유업 연구소장의 영장실질심사도 홍 전 회장에 앞서 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