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개 도시 226대 띄우는 '메가캐리어' 탄생…"글로벌 톱티어 도약"

유럽집행위, 기업결합심사 승인…'세계 10위권'으로

국내 유일 FSC 등장
매출 21조원·임직원 2.7만명
'규모의 경제' 무기로 경쟁 우위
합병 완료땐 "역대급 실적 기대"

항공권값 크게 안 오를 듯
10년간 물가상승률 이상 못올려
국내 취항 늘린 외항사와 경쟁도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만큼은 성사시키겠다”(지난 6월 블룸버그 인터뷰)던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숙원이 종착지까지 왔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28일 받아서다. 2020년 11월 합병계획을 발표한 지 4년 만이다.

‘통합 대한항공’은 매출 21조원, 항공기 226대, 임직원 2만7000여 명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한다. 국내에 하나뿐인 대형항공사(FSC)가 등장하는 데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 운영하기로 한 만큼 국내 항공업계의 판도가 뒤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

‘통합 대한항공’은 말 그대로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항공기 226대를 세계 186개 노선에 투입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마지막으로 집계한 2019년 국제선 여객 운송 거리 기준으로 일본항공(JAL)을 제치고 11위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이 최근 몇 년간 여객기 투입을 늘린 만큼 최신 기종 기준으론 톱10에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올 들어서만 보잉과 에어버스에 항공기 83대를 주문한 만큼 순위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이날 미국 법무부에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EC가 승인한 만큼 미국도 별문제 없이 넘어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합병 심사를 하지 않는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 기소하는 시스템이다.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해 2년 뒤 합칠 계획이다. 그사이 중복 노선을 정리하고 통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20년 동안 써온 청자색 기내 인테리어를 지난 7월 바꾼 게 그 시작이다. 브랜드 로고와 승무원 유니폼 등에도 새로운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해도 항공권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하며 앞으로 1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운임을 올리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에미레이트항공 등 외국 항공사의 국내 취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런 관측에 한몫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독점 우려에 대응해 중복 노선을 LCC에 넘기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두 회사의 합병은 2020년 11월 시작됐다. 2020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인수를 제안했다. 조 회장은 받아들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1~2년 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를 맡은 각국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길어졌다.대한항공은 연내 인수합병(M&A)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음달 20일까지 1조5000억원(영구채 3000억원은 별도)의 인수대금 중 남은 8000억원을 납부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대한항공 지분율은 63.88%로 뛴다.

합병이 완료되면 실적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노선에 두 회사가 비행기를 띄우던 걸 한 대만 투입하면 좌석 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종 고정비도 아낄 수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은 몸집이 커질수록 효율이 올라가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미국과 유럽 항공업계에 M&A가 수시로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똑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중복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의 노선이 늘어나면 인력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데다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인력도 나오는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 없다”며 “직무 재교육 등을 통한 인력 재배치는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