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사유 있을 경우 통지로 해지 가능"…뉴진스, 하이브 입장 발표대로

뉴진스 긴급 기자회견 <사진=한국온라인사진기자협회>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인 어도어 측이 전속계약을 위반했기에 이를 해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선언에 어도어 측은 "성립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하이브 측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해임할 당시 "해지사유가 있을 경우 서면 통지로 해지할 수 있다"고 대응했던 만큼 앞으로의 법정 공방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28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이에 따른 위약금을 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진스는 앞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를 비롯해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는 요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 이날까지 답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내용증명에는 ▲민 전 대표의 복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멤버들의 동의 없이 사용된 사진·영상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발생한 피해 해결책 마련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했던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과의 분쟁 해결 ▲뉴진스만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 보장 등의 시정 사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뉴진스 멤버들이 연예 활동을 하는 동안 이를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어도어 측이 어떤 조처를 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것.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공개된 뉴진스와 어도어의 계약서에는 "어도어와 뉴진스 구성원들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 제5조 제4항은 제 3자가 뉴진스의 연예 활동을 침해하거나 방해할 경우 어도어가 그 침해나 방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위 계약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어도어가 위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뉴진스 구성원들이 위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는 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도어 측은 지난 27일 뉴진스가 내용증명을 보낸 데 따른 조치사항의 이행이라며 빌리프랩에 공개적으로 항의했지만,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뉴진스 민지는 "보여주기식"이라며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 이후 불거질 법정 공방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이 다소 일방적으로 보여질 수 있고, 어도어와 모회사인 하이브 측이 문제기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됐기 때문. 하지만 주최 측은 "이 자리는 멤버들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며 법적인 대응에 관해서는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앞서 민 전 대표의 주주간계약에 대해 해지 통보를 했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민 전 대표에게 "해지사유가 있을 경우 서면 통지로 해지할 수 있고, 해지 시 주주간계약 효력은 상실된다"며 "이를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주주간계약해지 확인의 소'가 제기돼 있으므로 법적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고 대응한 만큼 뉴진스의 입장 발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하이브가 했던 대로 계약은 해지됐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이브 측이 소송을 통해 한다면 법정에서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것.

그동안 뉴진스와 민 전 대표에 대한 옹호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던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변호사는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진스가 소송 없이 일방적으로 나갈 수 있겠냐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주장"이라며 "하이브는 민 전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주주간계약 해지 통보를 했는데, 자기는 그렇게 하고 남은 못 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는 글을 게재했다.그러면서 "둘이 차이가 있긴 하다"며 "하이브는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주계약을 해지한 것이고, 뉴진스는 나갈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계약해지를 한 것이다. 그게 다르다면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도어 측은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전속계약 해지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당사는 아티스트들에게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