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잔소리에도 SNS 못 끊더니…16세 미만 금지법 두고 '시끌'

호주, 16세 미만 SNS 금지법 통과…"연령 인증 기술은 없는데?"

SNS 금지법 하원 이어 상원도 통과
16세 미만 계정 개설 금지가 골자
"연령 확인할 적법한 방법 없다" 지적
유튜브, 디스코드 등은 규제서 제외
29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호주 의회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그러나 연령 확인 방식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유튜브와 왓츠앱 등 일부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中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제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주 상원은 찬성 34표, 반대 19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법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주요 SNS 플랫폼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개설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53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해당 법안은 앞서 지난 26일 하원을 찬성 102표, 반대 13표로 통과했다.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1년 후 발효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플랫폼들은 이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과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호주의 젊은 세대가 더 나은 결과를 얻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과 기타 비민주적 정권을 제외하고 가장 엄격한 인터넷 사용 제한"이라고 평가하며,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영국도 호주와 접촉해 유사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연령 확인은 누구의 몫?

(사진=로이터)
그러나 법안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이유로 여권과 같은 공식 문서를 이용한 연령 확인 방식을 제한한 상태다. 정부는 연령 확인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안을 우회한 청소년이나 부모에게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메타는 "법안이 연령 확인 기술의 현실적 한계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유해 콘텐츠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SNS가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유튜브는 건강 및 교육 관련 플랫폼으로 간주돼 규제에서 제외됐으며, 왓츠앱과 디스코드 같은 메시징 서비스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규제를 받게 된 SNS 기업은 강하게 반발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성급하고 실행 불가능하며, 많은 질문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메타는 "법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사안 검토와 청소년 의견 반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론 머스크 엑스(X·옛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법안의 적법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유니세프는 "이번 법안이 청소년을 더 어둡고 규제되지 않은 온라인 공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티 마스키엘 유니세프 호주 아동 권리 정책 책임자는 "청소년 계정 개설을 금지하는 대신 SNS 기업이 연령에 적합하고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