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아빠가 된 후 달라졌다…딸 스케줄이 가장 중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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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백철희 역 배우 류승범배우 류승범이 딸과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승범은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인터뷰에서 "이전에 전 자유로웠다"며 "이전에는 새로운 곳의 탐험 심리도 있고, 아내도 여행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녔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뿌리를 찾아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엔 위로 솟구쳤다면 이젠 아래로 내려가는 거 같다"고 전했다.
오는 29일 저녁 8시 방송되는 '가족계획'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가 가족들과 합심하여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드라마 '허쉬', '슈츠'를 통해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인정받았던 김정민 작가가 크리에이터이자 각본가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배두나가 브레인 해커 한영수 역을 맡았고, 류승범은 생애 첫 아버지 캐릭터에 도전해 그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먹통' 같은 성격으로 오직 영수만을 바라보는 인물인 동시에 어딘가 허술하지만 가족을 건드리면 자비 없이 응징하는 아빠 백철희로 완벽 변신한 류승범은 다정다감한 로맨티스트 면모는 물론 격렬한 액션으로 시청자들을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류승범은 영화 '베를린', '나의 절친 악당들', '타짜:원 아이드 잭'과 디즈니플러스 '무빙' 등을 통해 매 작품마다 특색있는 연기를 선보여왔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저에게도 가족이 생겨 가족으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던 시기에 이 작품을 봤다"며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류승범은 "제 딸이 제 길을 열어줬다"며 "아이가 없었을 땐 저 즐겁자고 살았다. 솔직히 제가 좋은 걸로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로 하고. 연기가 재미 없다기보다 세상에 어떤 재밌는게 있을까, 저곳엔 뭘 하고 살까, 이런 개인의 자극과 욕망을 채우며 살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반항하는 딸이 있는 역할을 하니 우리 딸이 그렇게 클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면서 웃었다. 다음은 류승범과 일문일답. ▲ 9년 만의 인터뷰다.
실감을 못하겠다. 제가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저는 내추럴을 추구한다. 그동안 활동을 많이 안했다. 그리고 어떤 기간엔 한국에서 지내지 않았다. 그래서 안보이는 사람이 된거다. 지금은 한국과 슬로바키아를 왔다갔다 한다. 국제 커플이라 한쪽에 집을 두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는 그쪽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서 못왔다. '가족계획' 찍을 땐 같이 있었는데, 아이 스케줄이 생기니 아이에 맞춰서 돌아다닌다.
▲ 아이의 스케줄에 맞춘다는 건 어떨까. 이전에느 자유로웠다. 새로운 곳의 탐험 심리도 있고 여행도 좋아하고.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뿌리를 찾아가는 거 같다. 이전엔 위로 솟구쳤다면 이젠 아래로 내려가는 거 같다.
▲ 실제 이런 경험이 '가족계획'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거 같다. 아빠가 되고, 가족이 생긴 후 방향이 바뀐 거보다는 확장된 거 같다. 이전엔 아빠 역할 제안도 없었고, 그만큼 터치가 없었다. '무빙' 때에도 그 안에 부성애, 가족에 끌렸다. 그때 느꼈다. 제 시선이 확장됐다는 걸. 배우로서, 인간적으로도 좋은 면이라고 생각한다.
▲ 가족 얘기를 할 때 행복해보인다.
사적으로 힘들 때 눈을 감고, 아이를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 난다. 혼자 지내는 것도 2주가 지나면 힘들어진다. 저는 항상 붙어 있어서 그 동안의 자유시간은 좋다. 솔직히 말하면.(웃음) 제가 갈증 느낀걸 해소하고, 일에 집중하고. 그런데 2주가 지나면 많이 보고 싶다. 가족을 못본지 2주가 지나서 보고 싶다.
▲ '가족계획' 촬영 할땐 어떻게 지냈을까.
평소엔 제가 육아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감사하게도 제가 일할 땐 많은 서포트를 해준다. 좋은 아내이자 엄마라 제가 신경쓰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믿음을 갖고 제 일을 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하고 피에 묻었는데, 그러고 집에 바로 못들어가겠더라. 그래서 가로수길을 혼자 배회하다 들어갔다. 그 기운을 갖고가고 싶지 않았다. 이전엔 그러지 않았던 거 같은데 달라진 부분이다. 집의 기운은 온기가 있는 느낌인데, 제가 가면 물과 기름같지 않겠나. 그걸 혼자 그 기운을 씻느라 배회했다. 그렇게 두바퀴 정도 돌다가 '됐다' 싶어서 들어갔다.
▲ '가족계획'에선 어떤 캐릭터일까.
그냥 '아빠'다. 아빠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나잇대의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평범하고 싶어 아둥바둥하는 아빠다. 또 영수에 대한 마음도 일편단심이다. 저는 공감한다.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편이다. 첫 아빠 연기인데 생소하지 않고 좋았다. 예전엔 강한 캐릭터 연기, 감정을 쏟아냈는데 이번엔 아빠다보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 뒤로 찌그러져있다. 그게 관전포인트가 될 거 같다.
▲ 실제로 본인은 어떠 아빠일까.
좋은 남편이길 원하고, 좋은 아빠이고자 최선을 다한다. 저는 부족하고, 할 수 없는 것도 많지만, 안되는 건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거다.
▲ 결혼 후 더 많이 활동이 활발해진 거 같다.
제 딸이 제 길을 열어줬다. 새로운 길을 열어준 거 같다. 아이가 없었을 땐 저 즐겁자고 살았다. 솔직히 제가 좋은 걸로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로 하고. 연기가 재미 없다기보다 세상에 어떤 재밌는게 있을까, 저곳엔 뭘 하고 살까, 이런 개인의 자극과 욕망을 채우며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후 내가 아닌 삶이다. 자연스럽게 그 욕망이 사그라든 거다. 콘셉트를 잡거나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이 아닌데 그게 이걸 딸이 열어준 거 같다.
▲ 이전 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제 인생 황금의 시간을 보내는 거 같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가장 좋은, 그리고 아주 조심하는 시간이다. 감사하고 귀한 시기다. 20대, 30대, 다 좋지만 배우라는 걸 보면 뭔가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책임감도 생기고 직업인으로서 접근하게 되고, 그런 스텝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힘들진 않았나.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체력적인 건 이전과 다르지만 제가 몸을 계속 굴려왔다. 육체적으로 뭔가 하는 것에 준비 돼 있는 걸 좋아한다.
▲ 배두나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배우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다. 배우여서 매력인건지, 그 사람이 매력적이라 배우가 된 건지 그런 지점이 있지 않나. 연기를 하는 모습도 그렇고, 통찰력이 엄청나구나 싶었다. 저는 배우로서 감정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연기를 하는 편이다. 왜 이 감정을 갖는지, 이 상황에서 다른 감정은 없는지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두나 씨는 작품 자체를 통찰하더라. 그래서 내심 부끄럽기도 하더라. 다른 세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레벨이 다르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연기를 하는구나 느꼈다.
▲ 배두나와 류승범은 '신세대' 아이콘이었는데 부부로 호흡한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다.
자연스러운 거다. 저는 감사하고 좋았다. 예전부터 오고 가면서 인사했다. 친분은 아니지만, 그렇게 마주하면서 제가 사적으로 굉장히 존경했다. 배우의 색, 작업, 사적인 부분까지 매력을 많이 느꼈다. 그런 마음이 들어가서 그런지 마음이 편했고, 거리낌이 없었다. 필터가 필요없이 믿음으로 함께하게 됐다.
▲ 두 사람의 활동 결이 비슷한 느낌이다. 개성있는 배우의 대표주자였고, 해외 생활을 오래하기도 했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다. 인간적으로 비슷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작업할 때 모습은 다르다. 오해하지 말아달라. 호흡이 안맞다는 말은 아니다.(웃음) 작업의 방식이 비슷하다 느끼는 건 동성 배우들에게 많이 느끼는 거 같고. 그래서 전 상대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가기도 하고 하는 거 같다.
▲ 장성한 아들, 딸이 있는 건 어땠나.
반항하는 딸을 보니 걱정은 되더라. 실제 (이)수현이라는 배우를 보면 '우리 딸이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이쁜 친구를 보면 마음속으로 빈다. 그런데 부모에게 반항하고, 형들도 '애가 10대만 돼 봐라' 하고 겁도 주고 하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더라. 그런데 우리 아들은 착하다. 연기를 하면서 피할 수 없이 '이런 건 어떨까' 이런 생각은 하게 된다. 또 그 후배들이 너무 귀엽다. 그런 순수한 친구들이랑 같이하면 저도 에너지를 얻고 그런 게 너무 좋다. 로몬이도 수현이도 보자마자 그런 느낌들이 좋았다.
▲ 본인의 20대는 어땠을까.
우리땐 술 먹고 그러면서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를 실험하는데, 로몬이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지를 고민하더라. 내 나이대에 알게 되는 걸 '조금 건강하게 살아야지' 이러는데 얘는 벌써 이러니까 '너무 좋다' 싶더라. 본인을 아끼는게 소중하다는 게 그걸 아는 건 쉽지 않은데, 인간의 진보를 봤다.
▲ 나이보다는 결혼 전후로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저는 한결같은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그 이후 자연에서 배우면서의 변화. 그리고 그런 사람과 만났고, 결혼하게 됐고, 그런 삶의 변곡점이 있었다.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씩 쌓여서 저를 다듬어준 거 같다.
▲ 그럼 연기자 류승범의 다른 관심사는 뭘까.
아이가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거의 없다. 아이가 볼 수 있는 작업을 꼭 기록하고 싶다. 이것도 시기가 있지 않나. 제 마음이 또 변할 수 있고. 이런 마음이 있을 때, 시기가 있을 때 이런걸 기록하고 싶다. 아이들이 볼 수 있고, 아이들과 함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 이전 작품은 보나.
저는 안본다. 집에서 거울도 안본다. 저를 들여다보면 두려움과 의문만 생기는 거 같다. 패션은 감으로 때리는 거다. 머리로 생각해서 거울보면 의심이 드는 거다. 그냥 자길 믿고 나가는 거다. 딱 때리고 하는 거다. 오늘도 감으로 했다. (패션을) 신경을 안쓴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제가 많이 바뀌진 않는다. 하던 대로 하는 거다. ▲ 과거 패션이 지금까지 칭찬받고 있는데.
그건 알고 있다. 그래도 제가 패션에 대해 언급하는데 부끄럽고, 그런 얘길 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다만 그런 얘길 나누고 싶다. 트렌드를 쫓는 건 위험한 거 같다. 저는 남이 하면 안한다. 유행을 쫓으면 촌스러워진다는 말을 형들이 많이 했다. 그게 맞는 거 같다. 자기 색깔이 뭘까. 나에게 어울리는 게 뭘까. 그걸 들여다보는 게 진짜 같다. 어떤 분들은 팁을 얻고 싶어하는데, 저는 이 얘기 밖에 할 수 없다. 정말 저를 따라하려면 따라하지 않아야 한다.
▲ 아내는 류승범의 연기를 어떻게 보나.
정말 좋아한다. 이전 출연 작품 보여달라고 하고, 현장 스케치를 보여달라고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서 저도 힐링이 된다. 제 아내의 직업은 무대 미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배우가 무엇인지 안다.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그래서 배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웃음)
▲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추상적인 개념만 갖고 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추상적인 것만.
▲ '가족계획'은 혈육이 아닌 사람들이 진짜 가족는 메시지를 담는다고 알려졌는데, 류승범이 생각하는 '진짜' 가족의 의미는 뭘까.
가족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가족보다 결혼 후 만난 아내와 딸이 진짜 가족으로 바뀌더라. 이렇게 '가족계획'처럼 혈육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 된 케이스를 주의깊게 본게 프랑스에 살 때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자녀가 16명 정도 되는데, 한명빼고 모두 입양아였다. 친자만 건강한 육체를 가졌고, 다른 입양아는 장애를 가졌다. 부모는 '우리 아이가 슈퍼맨이 되길 바랐다'면서 '남을 돕고, 타인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 아이로 성장했더라. 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 '무빙2'의 제작 소식도 들린다. 프랭크(극중 류승범의 역할) 스핀오프 요구도 있었다. 그런 반응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저도 살아야.(웃음)저도 궁금하다. 아직 제대로 들은 건 없다. 이전에 강풀 작가에게 큰 세계관을 들어본 적은 있다. 항상 '잘 돼야 뭘 하지' 이런 말을 하고, 그래서 잘 돼서 뭔가 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