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이던 전세가 2년 만에…"세입자에 2.5억 돌려줬다" 눈물

1년 넘게 상승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오름세로 계약 갱신 때 세입자가 좀 더 저렴한 대안을 찾는 데다 최근 서울 동남권에 대단지 아파트가 준공하는 등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 상승 둔화와 대출 규제, 입주 물량 증가 등이 맞물려 서울 동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하락세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송파·강동 전셋값 ‘뚝뚝’

30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11월 25일 기준) 송파구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1% 하락했다. 전주(-0.05%)보다 낙폭을 키우며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강동구 전셋값은 0.05% 하락해 3주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울 전셋값(0.02%)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80주 연속 상승 중이지만, 오름폭이 둔화하고 있다.서울 동남권 아파트 전세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강동구 전세 물건은 지난달 말 기준 4600건 안팎으로 치솟았다. 매물이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쌓여 있다. 이 중 약 3000건이 1만2032가구 규모의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나왔다. 지난달 말 입주에 나선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단지다. 강동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와 둔촌동 ‘더샵둔촌포레’에도 전세매물이 각각 300건과 180건 쌓여 있다.

입주 한 달 전만 해도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장기 임차가 가능한 조합원 입주권 전세 매물은 9억원 이하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가가 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실거주 의무가 있어 4년을 채울 수 없는 분양권 전세나 선순위 융자가 있는 경우에는 7억원대에도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송파구 전세도 빠르게 늘고 있다. 몇 달째 3300건 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매물이 2900여건에 불과했지만 강동구 새 아파트 입주와 맞물려 매물이 쌓이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가까운 준공 30년 이상 기존 아파트부터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는 지난달 15일 임차인과 6억5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다. 임차인은 기존 계약을 2년 연장하며 종전 전세 보증금(9억원)에서 2억5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입주 늘어 전세 시장 안정 전망

서울 동남권에서 시작된 전셋값 하락세는 입주가 예정된 서울 외곽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구로(-0.02%) 동작(-0.01%) 등의 전셋값이 2주째 하락세다. 동대문(-0.01%)과 광진(-0.01%) 등 강북 일부 지역도 하락 전환했다. 구로구 개봉동에는 총 317가구 규모의 ‘호반써밋개봉’이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다. 동대문구에는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 광진구에는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1063가구) 등 대단지가 내년 1분기 중 준공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송파·강동구에는 아파트 입주와 공급이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라며 “서울에서 입주가 예정된 곳은 전셋값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단행했지만,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섰다. 은행권은 가계 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를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겨울철 이사 비수기 등 계절적 요인까지 맞물려 전셋값은 약보합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파구 A공인 관계자는 “송파·강동구에서도 규모가 작거나 오래된 단지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3억원 저렴한 전세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들 전세 매물 중에는 선순위 융자 같은 조건이 걸려있는 경우도 많아 계약 전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