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감독' 곽경택에 '처가 이슈' 이승기까지…12월 출사표 [김예랑의 영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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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극장가에 한국 영화 '줄개봉'연초 극장가 강세를 보이던 한국 영화가 누적 관객 수 100만 명도 동원하기 힘든 보릿고개를 맞았다. 이 가운데 12월 한국 영화 세 편이 줄지어 개봉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소방관' vs '대가족' vs '1승'
이들 작품은 감동적인 서사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출동해 경쟁이 예고됐다. 하지만 각각 작품에는 '권토중래'(捲土重來)의 포인트가 있어 이목을 끈다.
◆ 23년째 '친구 감독', 곽도원 리스크 '넘어야 할 산'
곽경택 감독이 영화 '소방관'을 통해 '친구 감독'이란 닉네임을 벗어날지 관심이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의 흥행 참패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 때문이다.영화 '소방관'은 2001년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목표를 가지고 강렬한 화염 속에 뛰어드는 소방관의 이이야기를 그렸다.영화 홍보엔 주원, 유재명, 이유영 등이 나서고 있으나 '진짜 주인공'은 바로 곽도원이다. 서부소방서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의 주원은 관찰자적인 경향이 더 크다. 곽도원은 5년 연속 구조대상자 구출 횟수 전국 1등을 기록한 서부소방서의 구조반장 진섭 역을 맡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주요한 인물이다.
곽 감독은 영화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과한 신파를 제하고 담담하게 부딪혔다. 생과 사를 오가는 소방관들의 감정을 영화적인 포인트로 활용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CG로 가능한 불길 또한 직접 불과 연기를 내 촬영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실화 소재의 먹먹함으로 눈물을 유발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다소 올드한 느낌을 지우진 못했다.
사실 이 영화는 오는 12월 4일 빛을 보기 전까지 4년간 창고에서 방치됐다. 2020년 촬영이 끝난 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개봉일을 잡지 못하다가 2022년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 때문에 사장될 위기에 봉착했다. 당초 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곽도원 리스크 때문에 공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다가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이 작품을 받고 올해 개봉을 약속하면서 대중에 선보이게 된 것.곽 감독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구'란 작품 이후 어떻게 보면 내가 좀 좋은 작품만 찍으면 되는 거 아냐 했는데 '장사리'와 같은 작품들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이도 들고, 스스로 반성도 했다. '소방관'은 저를 겸손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곽도원 사건을 '족쇄'라고 표현하며 "원인 제공자에 대한 원망이 들었다.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스태프와 투자자들이 떠올라 선을 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곽도원의 음주 사건 때문에 영화 속 음주 신을 일부 편집해야만 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곽 감독은 "영화 홍보 때마다 곽도원이 소환되니 미치겠더라. 최초로 개봉을 못할 거라는 공포도 들었다. 그렇다고 OTT에서 이걸 사겠느냐.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며 "배급사가 바뀌면서 올해 겨울 개봉한다고 해서 족쇄를 풀고 새 출발 하자는 기분"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그는 '범죄도시' 시리즈 등을 제작한 배우 마동석에게 배운 점이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까지 했다. "마동석과 한 번 작품을 할 뻔하다가 안 된 게 있는데 그때 마 배우에게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해 철저히 스크리닝하더라고요. 다른 현장에서의 매너, 평소 사생활까지 체크해서 캐스팅합니다. 저도 이제부터 그러려고 합니다."
곽 감독은 이같이 말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배우의 개인적인 논란으로 영화에 담은 메시지와 진심이 흩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민 남동생' 이승기, 결혼 후 생긴 '비호감' 이미지 털어낼까
'국민 남동생'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이승기가 영화 '대가족'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대가족'은 이승기가 2018년 '궁합'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 영화를 통해 이승기가 결혼 이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지우고 배우로서 재평가받을 지 관심이다.이승기는 지난해 4월 배우 견미리의 딸이자 연기자 이다인과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엄친아' 이미지로 유명했던 이승기는 결혼 이후 처가 이슈로 곤욕을 치렀다. 장모인 견미리가 재혼한 남편 이모 씨가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승기에게 이목이 쏠렸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결혼하기 전의 일"이라며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입장을 냈다. 이는 여론에 불씨를 키웠고, 이승기에 대한 날 선 시선이 계속됐다. 최근 열린 '대가족' 제작보고회에도 이를 방증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승기는 "'대가족'이란 영화가 대한민국 영화계에 나온 귀한 영화이기에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기엔 사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 말의 뜻은 '가족은 잘못이 없다' 라는 게 아닌 데 오해를 산 것 같다"며 "제가 시종일관 이야기하는 것은 처가의 일은 처가의 일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혼한 후에 저는 저희 부모로부터, 아내는 처가로부터 독립해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며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추가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 발언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앞으로 신중히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다.
연출은 '변호인', '강철비' 시리즈의 양우석 감독이 맡았다. 이 작품은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가족 소동극이라 반가움을 자아낸다. 흥행에 성공한 가족극들처럼 우당탕탕, 좌충우돌 웃음에 집중하다가 후반부에 김윤석을 주축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승기는 서울의 노포 맛집 평만옥의 사장 함무옥의 아들로 의대를 다니다가 아버지와 연을 끊고 스님이 된 함문석 역을 맡았다. 실제 삭발까지 감내한 이승기의 경우 툭툭 던지는 대사와 유머에 웃음을 자아냈다.
김윤석은 이승기의 연기에 대해 "정응력과 흡수력이 좋은 배우"라며 "상대 배우의 연기에 대한 리액션이나 순발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승기는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고 김윤석 선배와 부자 관계라는 것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삭발은 어렵지 않았는데 많은 분의 반응을 보니 큰일이었나 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에 대한 언론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는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사적인 이슈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며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 '기생충' 이후 수많은 도전...송강호의 고진감래 '1승'
'대배우' 송강호는 한국 영화 최초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을 들고 돌아왔다.오는 4일 극장에 걸리는 '1승'은 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동주', '페어 러브', '거미집', '삼식이 삼촌' 등 작가, 감독, 제작자로 활약한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국내 최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택시운전사', '변호인', '괴물'까지 총 4편의 1000만 영화로 1억명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보유한 송강호의 출연에 업계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그는 2019년 '기생충'의 영광 이후 '나랏말싸미',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 작품을 선보였으나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칸 영화제 트로피를 안긴 '브로커'로도 누적 관객 수 126만 명만 모았던 터다.
송강호는 '1승' 언론시사회에서 "결과들은 아쉬웠지만 그게 저의 연기의 주목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결과가 아닌 가능성과 도전을 보고 작품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생충' 이후 어떤 작품을 할지 늘 고민했다. 도전은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나 30년 동안 늘 갈구하며 도전해 왔다"며 '1승' 또한 자신의 도전 중 일부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지하고 무겁고 짓눌린 캐릭터를 연속적으로 맡았는데, 관객에게 밝고 경쾌한 기운을 주고 싶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승' 캐릭터는 입체감 있고 전개 속도는 박진감 넘치는 '속공'과 같다. 충무로에서 사랑받는 박정민이 '똘기' 넘치는 구단주 역을 맡고 개성파 배우 장윤주가 배구팀 주장 방수지에 이름을 올렸다. 배구계 슈퍼스타 김연경부터 배우 조정석까지 특별출연 면면도 화려하다.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밟는 부분은 아쉽지만, 송강호가 오랜만에 대중 친화적인, 힘을 뺀 캐릭터로 돌아와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