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금리인하는 내년 2월"…채권시장 전문가들 전망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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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 가이던스 큰 의미 없다"채권시장 전문가들이 한국은행이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1월과 2월 중에선 2월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한은이 시장 예상과 달리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에 관해선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의문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준금리와 관련된 리포트를 낸 국내외 기관 23곳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향후 금리인하 시기를 언급한 19개 기관 모두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11개 기관은 한은이 내년 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현재의 연 3.0%로 동결한 후 2월에 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금통위가 열리는 16일은 4분기 경제성장률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두차례 금리인하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1월에 3연속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관도 있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은 물론 2월까지 4연속 인하할 수 있다"며 "5월까지 상반기 3회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얼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초 추가 금리 인하와 추경의 정책 조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고 설명했다.11월 금통위의 금리 인하는 '깜짝 인하'로 평가했다. 대부분 기관은 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10월에 제시한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부장은 "한은이 금융시장 예상과 달리 백투백 인하를 단행했다"며 "단순히 인하 시기에 대한 견해를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가 큰 구속력을 지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포워드가이던스가 허망하다"며 "시장이 중앙은행 선제안내를 왜 들어야하는지 의문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3개월 후 금리 동결 의견과 인하 의견이 3대3으로 갈린 포워드 가이던스가 나온 것에 대해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큰 의미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공화당의 '레드 스윕'과 구조적 수출 감소 등으로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금통위 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하면서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의 조건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고 짚었다.금통위가 연속 인하에 나서면서 내년말 기준금리 수준 전망치는 연 2.5% 이하로 내려갔다. 연 2.75%를 전망했던 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일제히 전망치를 수정했다. 연 2.25%를 연말 금리 전망치로 제시한 곳도 늘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은 내년 중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ING은행은 내년 환율 고점 전망치를 1400원에서 1475원으로 대폭 높였다. 강민주 ING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금리 인하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며 "내년 상반기 외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