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세계유산 투어⑤] 길에서 만난 것들

튀르키예를 관통하는 단어, 더불다. 길 동물에게 기꺼이 가게 한편을 내어주는 마음, 낯선 카메라 앞에서도 여유로운 미소, 다양한 문화가 스며든 독특한 요리.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순간을 한데 모았다.
사진=박소윤

개와 고양이의 천국

동물을 사랑하는 여행자에게 튀르키예는 치명적이다. 튀르키예 어디에서든 개나 고양이를 흔히 볼 수 있다. 길거리는 물론 식당, 공원 벤치를 가리지 않고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한 동물들의 모습이 다소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누구 하나 기분 나쁜 티를 내거나 동물을 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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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튀르키예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고양이를 고결한 존재로 여기고 아껴왔다. 그렇다 보니 고양이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손길을 받아들이고 곁을 내준다. 이들에게 공존은 당연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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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길흉화복을 읽다

튀르키예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독특하다. 체즈베라는 청동 주전자에 커피 가루와 물을 넣고 300~400도로 달궈진 모래 위에 은근하게 달여 낸다. 가라앉은 커피 가루 때문에 마지막 한 모금은 마시지 않는 게 ‘국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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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신 뒤에는 커피점(占)을 본다. 잔을 커피 받침에 뒤집어 놓은 후, 잔 속에 남아 있는 무늬를 보고 길흉을 점친다. 하트 모양이 나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식이다. 이러한 ‘튀르키예식 커피 문화와 전통’은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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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식 부적, 악마의 눈

거리를 걷다 보면 파란색 눈 모양을 한 푸른 장신구가 자주 눈에 띈다. 일명 ‘악마의 눈’으로 튀르키예에서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라고 한다. 튀르키예어로 나자르는 눈 또는 구슬, 본주는 구슬을 의미한다.

현지인들은 나자르 본주가 불운을 막아 준다고 믿는다. 가장 강력한 악마의 눈을 가둬 놓아 주위의 악마를 물리친다는 논리다. 주로 문 앞에 걸거나 팔찌·목걸이 등 액세서리 형태로 몸에 지닌다. 튀르키예를 여행하면 꼭 사와야 하는 행운의 기념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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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사람들

촬영을 하다 보면 풍경 사진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끔은 현지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튀르키예에선 쉽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기가 무섭게 기계처럼 포즈를 취하는 친절한(?) 이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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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주인장 부자는 사진을 꼭 보내달라며 연락처까지 남겼다. 만남은 짧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한국인 입맛 저격 길거리 간식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코코레치(Kokoreç)가 있다. 쉽게 말해 고기 곱창으로, 양이나 염소의 내장에 후추·고춧가루·소금·타임 등 향신료를 곁들여 로티세리에 꿰어 구워낸다. 고기 단품보다는 바게트나 샌드위치 빵에 끼워 먹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우리나라의 소곱창과 비슷해 한국인에게 유독 사랑받는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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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