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출신 거른다" 논란…'노동법 위반'은 아니지만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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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출신 걸러야" 논란"블라인드 채용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
전문가들 "노동법 위반 아냐"
인권위법상 '차별행위' 성립
모든 여대 대상일 경우 위법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덕여대 사태와 관련해 이 같이 적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공공기관장이 올린 글인 만큼 논란이 일었지만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게시글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내가 인사담당자면 동덕여대 거를 듯", "HR 담당자들이랑 모임하는데 향후 몇 년은 동덕여대 거른다던데"라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
"동덕여대 출신 거를 듯"…노동법상 위법 소지 낮아
급기야 고용노동부가 나섰다. '여대 출신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게시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자 사실조사에 착수한 것.하지만 실제로 동덕여대 출신을 채용 과정에서 걸러낸다 해도 노동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특정 학교 출신을 배제하는 데 대한 뚜렷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만 봐도 채용 전에 이뤄지는 차별 행위엔 적용되지 않는다. 채용절차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도 마찬가지. 한 대형 법무법인(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는 "채용절차법엔 명시적으로 특정 학교 출신을 뽑지 않는 것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남녀고용평등법도 남성과 여성 차별을 규율하는 법이어서 모든 여자가 아니라 동덕여대 같은 특정 학교 출신만 채용하지 않겠다면 이를 성차별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용절차법을 보면 구인자는 구직자의 직계 존비속·형제자매 학력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구직자 당사자의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방하다. 남녀고용평등법도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할 뿐이다.
한 법학과 교수는 "만약 어느 회사가 동덕여대 출신들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소위 '블랙리스트'로 볼 수 있을 텐데 그것만으로 실정법 위반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모든 여대가 아니라 특정 여대만 찍은 거라면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차별일 땐 처벌 대상…신한카드선 '벌금형'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선 동덕여대뿐 아니라 "여대 출신을 걸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상당수 눈에 띈다. 이 경우는 특정 학교가 아니라 '여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신한카드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신한카드 인사팀장은 지난해 8월 신입직원 채용 업무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팀장은 직무별로 남성 지원자 순위와 여성 지원자 순위를 구분한 다음 서열화하는 작업을 거쳐 미리 남녀 비율을 7대 3에 맞춰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했다. 법원은 인사팀장과 신한카드 법인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노동법상으로는 동덕여대 출신 채용 배제를 규율할 수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학령 등을 이유로 고용상 특정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 차별'로 본다.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같이 좀 더 넓게 차별을 규율하는 법을 적용하면 (동덕여대 출신 채용 배제가) 실정법 위반일 수 있다"며 "다만 권고를 할 뿐이어서 법적 강제력은 약하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기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 아역인 '미달이'로 출연했던 동덕여대 출신 배우 김성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내 시위 사진을 올리면서 "수준 낮고 저급한 억지시위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반면 과거 예능 '스타골든벨'에서 이른바 '정답소녀'로 유명세를 얻은 같은 대학 출신 김수정은 공학 전환 반대를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