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도 어김없이 초읽기 예산 심사, 이런 시스템 언제까지

막판 초읽기에 몰려 벼락치기 하는 예산 늑장 심사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는 올해도 법에 없는 ‘소(小)소위’까지 가동하며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다. 하지만 ‘11월 30일까지 예산결산특위 심사 완료, 12월 2일 본회의 처리’라는 법정 기한을 넘길 위기에 몰렸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항목은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특수활동비와 첨단 원자력 기술·신재생에너지·지역화폐·고교무상교육 국비 지원 연장·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산 등이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이 깔린 것이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성 지적을 받는 특활비 삭감과 ‘이재명표 예산’ 증액 수용이 안 되면 정부 동의가 필요 없는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 주요 국정과제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 상정을 막기 위해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만들어진 예산안 자동 본회의 부의(附議) 제도도 없애려고 한다. 예산 심사권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렇게 마구 휘둘러도 되나.이참에 예산안 처리 지연의 더 근본적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 본회의 부의 제도가 생긴 이후에도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두 번밖에 없다. 심사 기간의 촉박성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은 9월 정기국회 실시 전 국회로 넘어온다. 여야는 국정감사 등에 힘을 쏟느라 두 달가량 예산안을 미뤄뒀다가 11월 들어서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나마 예결위 종합정책 질의 등을 거치다 보면 증·감액을 최종 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쟁점 하나를 두고 며칠 옥신각신하는 게 보통인 상황에서 수백조원 예산 심사를 마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시한에 쫓기지 않으려면 정부 예산안 제출 직후부터 심사에 들어가는 등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 심사 관행을 고수한다면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점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에서 10월 말쯤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매년 수십조원 발생하는 세수 오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